환경부가 21일 수도산에 새끼 반달가슴곰 3마리를 방사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 곰을 방사하는 건 처음있는 일인데다 멸종위기종 보전 정책위원회의 논의를 생략한 채 결정이 이뤄져 환경단체는 ‘충분한 논의 없는 환경부의 독단적 계획’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7일 환경부와 녹색연합에 따르면 오는 21일 경북 김천시 수도산 일대에 새끼 반달가슴곰 3마리가 방사될 계획이다. 곰들은 지리산에 있는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암컷 두 마리, 수컷 한 마리로, 아직 만 1년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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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 목적은 수도산과 가야산을 오가는 반달곰 KM-53(수컷)이 짝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KM-53은 2015년 지리산국립공원에 방사됐지만, 수도산으로 이동했다 지리산으로 잡혀오길 반복해 ‘콜럼버스 곰’이란 별칭을 얻었다. 결국 환경부는 더는 KM-53의 이동을 막지 않기로 했다. KM-53은 수도산과 가야산 일대를 오가며 활동 중이다.
지난 7월 열린 반달가슴곰 소위원회 회의자료를 보면, ‘KM-53이 수도산으로 이동해 활동함에 따라 서식지 확대, 유전적 다양성 증진 등 향후 관리대책 문제가 제기’되고 ‘반달가슴곰의 확산 촉진과 추가적인 유전자 풀 형성 등을 위해 수도산∼가야산 일대에 새로운 반달가슴곰 보조 개체군 형성이 필요’하다고 방사 이유가 적혀있다.
이번 방사에 이어 내년에는 러시아 도입곰(6마리 예정)과 인공수정 곰을 추가로 방사할 계획이다.
그런데 첫 비(非)국립공원 방사를 앞두고 다양한 우려사항에 대해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탐방로와 비탐방로간 구분이 비교적 분명하고 환경부가 직접 관리하는 국립공원과 달리 수도산은 이런 여건이 마련돼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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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원회 자료에는 수도산 일원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연구용역과 추진계획 수립, 지자체장·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을 거치겠다고 돼있다.
2주 뒤 새끼곰을 우선 방사하고, 추후 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하는 셈이 된다.
배제선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일단 곰을 풀고, 그 다음에 서식지 연구를 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거꾸로 된 것”이라며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절차상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배 팀장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국립공원을 벗어난 일반 지역에 새끼곰을 방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며 “이에 따라 환경부는 ‘멸종위기종 보전정책위원회’를 열고 재논의하기로 했음에도 일정을 돌연 연기하고 기습적으로 방사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3월부터 논의를 했지만 찬성 55: 반대 45 수준에서 계속 똑같은 주장이 반복됐다”며 “멸종위기종 보전정책위원회는 심의기구가 아닌 자문기구이고,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이슈로 위원회를 개최할 여건도 안 돼 관계기관 등의 회의를 거쳐 방사를 결정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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