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네시주는 한국 유수의 대기업이 지은 공장들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6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엔 테네시주에 공장을 짓고 투자한 기업 총수들이 참석, 미국 측으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이 테네시주에 6·25 전쟁 참전용사를 기리는 뜻깊은 기념물이 있다는 사실은 한국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9일(미국 현지시간 8일) 자신의 트위터에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6·25전쟁 참전용사 기념교(Korean War Veterans Memorial Bridge)’의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러면서 “테네시주 내슈빌 국제 비즈니스 자문위원회와 이야기를 나눴다”며 “막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교를 건너 LG전자와 한국타이어 공장 방문을 위해 클락스빌로 향하고 있다”고 테네시주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LG전자는 지난 5월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세탁기 공장을 준공했다. 총 3억6000만달러(약 43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이 공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한 첫 사례다. 연간 100만대, 최대 120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타이어 공장은 LG전자보다 앞선 지난해 10월 준공했다. 연간 550만개, 최대 1100만개의 타이어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방한 당시 우리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는 LG 권영수 부회장과 한국타이어 조현범 사장도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에게 “미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줘 감사하다”고 깍듯이 인사했다.
미국 남동부에 있는 테네시주는 미국에선 상대적으로 ‘한적한 시골 마을’로 통하는 곳이다. 면적은 한국보다 넓지만 인구는 서울보다 훨씬 적어 약 660만명에 불과하다. 이 조용한 고장에 6·25전쟁 참전용사를 기리는 다리가 있다는 사실은 LG전자·한국타이어 공장만큼 한국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밤이 되면 조명을 밝혀 뛰어난 야경을 뽐낸다는 이 다리가 처음부터 6·25전쟁과 관련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 지난 2006년 다리를 대대적으로 보수하는 공사가 진행될 당시 지역에 거주하는 6·25전쟁 참전용사들, 그리고 평소 그들과 교우해 온 내슈빌 한인회 회원들이 모여 ‘마침 다리에 특별한 이름이 없으니 6·25전쟁 참전용사 기념교로 정해 한·미 우정의 상징으로 삼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내슈빌에 거주하는 6·25전쟁 참전용사 바비 스미스(88)는 지난해 국내 언론 YTN과의 인터뷰에서 “원래는 그냥 다리였는데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그걸 ‘참전용사의 다리’로 바꿨다”며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스미스의 가족들은 “참전용사들을 위한 기념행사를 열어 무용 공연을 하고 음식도 대접하는 등 정말 영예롭게 대우해준다”며 내슈빌 한인회에 고마움을 표했다.
해리스 대사는 내슈빌이 속한 테네시주 데이비슨 카운티 출신 주민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이들의 이름이 적힌 추모비 사진도 함께 트위터에 소개하는 등 굳건한 한·미 동맹을 거듭 강조했다. 테네시주는 해리스 대사 본인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이기도 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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