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스웨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이후 첫 공개 행보로 군이 운영하는 농장을 방문했다. 지난달 방사포 시험사격 참관 이후 첫 현지지도 일정으로 농업 현장을 방문해 북미 협상에 연연하지 않고 자력갱생으로 경제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9일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제810군부대 산하 1116호농장을 현지 지도하시었다"고 보도했다. 현지지도 날짜는 밝히지 않았지만 통상 북한이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다음 날 보도를 해온 점을 고려하면 지난 8일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웨덴 실무회담 결렬 사흘 만에 공개활동에 나선 셈이다.
이 농장은 당 중앙의 시험농장으로, 불리한 기상 조건에서도 많은 소출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다수확 품종들을 연구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2013년 첫 방문 이후 2015년부터는 매년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올해 태풍 등 자연재해로 식량난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먹거리를 문제를 직접 챙기는 모습을 내부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다만, 일반 협동농장이 아닌 군이 운영하는 농장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군에 대한 메시지도 담겼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보도에서 스웨덴 실무협상이나 비핵화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현지지도에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박태덕·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 김여정·조용원·김용수·리정남·현송월 당 제1부부장과 부부장, 손철주 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이 수행했다.
이날 농장 방문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지도한 지 한달여 만에 첫 공개 행보다. 경제 분야 시찰로는 지난 8월31일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 방문 이후 처음이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