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별장 접대’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 흔들기’가 한층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례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가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는 데다 핵심 피의자의 구속영장마저 기각된 상태여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자칫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별장에서 윤 총장을 접대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은 청와대가 원하지 않는 수사를 강행하는 검찰을 향한 일종의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여권에서는 연일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태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공영방송인 KBS는 조 장관 수사를 놓고 장외 설전을 벌이는 중이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법원을 향해 ‘영장 남발’이라고 압박했고, 이후 법원은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조 장관 동생 조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히 검찰이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시점이다. 정 교수는 조 장관과 관련된 의혹인 웅동학원·자녀입시·가족펀드에 모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광범위한 증거인멸을 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하지만 정 교수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가 진행될수록 검찰에 강력한 압박이 가해지는 분위기”라며 “정부와 여권의 입김에 검찰이 부담을 느껴 수사에 자칫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상황이 과거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사건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평가도 나오고 있다. 2013년 채 전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수사했다. 이후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던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보도가 이어졌다. 청와대는 진상규명을 압박했고 채 전 총장은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특별수사팀장으로 채 전 총장과 함께 사건을 맡았던 윤 총장은 좌천됐다. 조 장관은 당시 트위터에 “윤석열 찍어내기로 청와대와 법무장관의 의중은 명백히 드러났다”며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검사는 어떻게든 자른다는 것. 무엇을 겁내는지 새삼 알겠구나!”라고 적었다.
윤 총장의 접대 의혹은 사실이 아닌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지난 5월까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관련된 의혹을 조사한 여환섭 대구지검장(전 특별수사단장)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다른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조사를 받던 윤씨는 평소 언론매체 등에 노출된 검찰 고위 인사의 이름을 언급하는 등 인맥을 과시하려는 욕구가 강했다”며 “인맥이 화려한 것처럼 허세를 부렸지만 신빙성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윤 총장 관련 의혹이) 루머로 돌았으나 아니란 얘기도 나왔다”며 “(보도가) 무섭다”고 적었다. 정 전 센터장은 윤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청문회를 앞둔 시점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윤 총장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조 장관도 타격을 입는다. 조 장관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검찰총장의 인사검증에 대한 책임이 있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면서 윤 총장 관련 의혹을 알고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특별히 말씀드릴 게 없는 것 같다”고만 말했다. 조 장관은 ‘법무부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할 계획이 있느냐’ 등 이어진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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