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발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경찰에 이어 검찰 수사 단계에서도 여전히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소환에 불응해도 검찰이 그간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직접 조사 없이 기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검찰은 조국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소환없이 기소한 바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한국당 의원들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하지만 수사대상인 자유한국당 의원 59명 가운데 단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고 이번 주 중 출석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진 나머지 의원들도 불출석할 방침으로 전해진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나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에서도 소속 의원들에게 ‘출석하지 말라’는 지침을 여러 차례 내렸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1일 검찰이 소환을 통보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출석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현행범이 아닌 국회의원을 회기 중 체포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재적 의원 과반이 참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이 동의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을 뺀 나머지 정당이 힘을 합치면 가능하기는 하지만, 수십 명에 달하는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부담이기에 현실 가능성은 낮다.
검찰로서도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와 관련해 이미 여권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마당에 현역 의원들에 대한 무더기 체포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강제로 신병을 확보한다 해도 피고발 의원들이 수사에 협조할지도 미지수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한국당 의원들에게 소환을 통보하고 통보한 날짜에 출석을 기다리는 등 어느 정도 절차를 갖추고 나면 한꺼번에 기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이 방송사 촬영 화면 등 당시 현장 상황이 담긴 고화질 동영상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아 관련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만큼 직접 소환조사 없이도 기소하는 데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공소시효 완료가 임박했다는 이유를 들기는 했으나 이미 정 교수를 소환 없이 기소한 사례가 있는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검찰이 정치개입 논란을 피하려면 최대한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린다.
검찰은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한 듯 원론적이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와 관련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기소든 불기소든 결정했을 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수사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선거제도와 공수처 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는 여야 4당과 이를 막으려는 자유한국당의 극한 충돌이 벌어졌었다. 당시 한국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들이 제출되는 걸 막으려고 국회복도에 드러눕기도했으며 폭력사태가 벌어졌었다. 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몸싸움 과정에서 갈비뼈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양봉식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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