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외 정책의 변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70년 역사의 한·미 동맹도 예외는 아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13일 “70년 미군의 해외 주둔 전략은 일관되게 (주둔 국가가) 원치 않으면 떠난다는 것이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유지되면서 미국의 다른 동맹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돌출행동이 잦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특성은 불안감을 부채질하는 요소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한·미 공조에 불협화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신뢰의 결핍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정부는 미 행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하지만, 행정부 간의 대화에서는 외교적 배려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말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공조 불협화음의 사례 중 하나가 북핵 위협에 대한 인식차다. 북한 비핵화 협상과 대응 등을 두고 한·미의 긴밀한 공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북핵 위협의 인식엔 결을 달리하고 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해 북한 미사일 기지 활동과 관련한 미국 연구기관 보도에 “황해북도 삭간몰 시설은 스커드와 노동 등 단거리용”이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는 무관하다”고 즉각 반박한 게 대표적 사례다.
청와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도 한·미의 동북아 안보 지형에 대한 인식차를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부당한 경제 보복 조치를 행한 일본에 대한 경고임과 동시에 미국의 관여를 끌어내기 위한 ‘레버리지(지렛대)’이지만, 미국은 이를 ‘한국이 경제적 갈등을 안보협력으로 전이시켰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문제는 변화가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성한 교수는 주한미군 주둔에 대해 그 필요성을 낮게 보는 의견을 내는 사람의 숫자가 미국 내에서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여론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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