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급 초강력 태풍인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주말 일본 열도를 강타해 40여명이 사망·행방불명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13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태풍이 전날(12일) 일본 열도에 상륙해 강력한 폭풍과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내면서 이날 오후 9시 현재 사망 26명, 행방불명 2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부상은 166명(NHK 기준)으로 집계됐다. 전날 오후 6시22분쯤에는 도쿄 인근 지바현 앞바다에서 규모 5.7, 최대 진도(震度) 4의 지진의 일어나 주민 불안을 가중했다.
제19호 태풍은 전날 오후 7시 일본 본섬 격인 혼슈의 이즈반도에 상륙한 뒤 밤새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간토 지방에 기록적인 비를 뿌렸다. 이후 도호쿠 지방을 거쳐 태평양 쪽 해상으로 빠져나가 이날 낮 12시쯤 온대성저기압으로 소멸했다. 태풍 경로에 있던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오염수 누수를 알리는 경보기가 울리기도 했다.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 측은 빗물에 의한 오작동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재해 대비에 비교적 꼼꼼한 일본이지만 이번에는 태풍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산사태로 토사가 주택을 덮치면서 아까운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도쿄소방청 소속 헬기가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다 70대 여성을 떨어뜨려 숨지게 하는 일도 벌어졌다.
폭풍과 폭우로 인한 위험 지역이 확대되면서 한때 1300만명에게 피난지시령(397만명)·피난권고령(908만명)이 발동됐다. 도쿄도(都)를 포함해 13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는 폭우 경보 중 가장 높은 대우(大雨)특별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전국 37만6000가구가 정전, 8만1500가구가 단수 피해를 보았다.
일본 기상청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해당 지역에 “목숨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는 최고 위험 레벨”이라며 “경보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행동을 하시라”고 촉구했다. 일본에서는 재해 시 ‘자기 목숨은 자기가 지키자’라는 게 주요 슬로건이다.
NHK에 따르면 각지에서 연간 강수량의 30~40%에 해당하는 비가 하루 이틀 사이에 퍼부었다. 12∼13일 24시간 강수량(기상레이더 등에 의한 해석치)은 시즈오카현 후지노미야시가 1300㎜를 기록하는 등 각 지역에 물 폭탄이 쏟아졌다.

폭우로 인해 12일 밤∼13일 새벽에 걸쳐 100곳 이상 하천 관측점이 범람 위험 수위를 넘었으며, 최소 36개 하천이 범람했다. 또 제방 12곳이 무너졌다. 이날 오전 6시쯤엔 나가노현 나가노시 시나노가와 제방이 70m가량 무너져 주변 마을이 물에 잠겼다. 이로 인해 복지시설 5곳에서 고령자 360명이 고립됐다.
교통망 두절도 잇따랐다. 수도권 하네다공항과 나리타공항 국내선은 이날 태풍이 지나간 뒤 항공기 착륙은 재개됐지만 출발 항공기는 상당수 결항했다. 철도 노선은 침수로 고속열차인 신칸센 운행이 일부 중단됐다.
일본 정부는 13일에는 비상재해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방위성은 자위대원 약 2만7000명을 투입해 구조활동에 나서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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