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태풍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 열도에 강타한 후 13일 소멸됐다. 그러나 여진과 같은 후폭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폐기물이 유실되고 만 것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후쿠시마의 부흥 원년'으로 삼겠다는 일본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일본 공영 방송 NHK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다무라시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오염 제거 작업을 위해 수거한 방사성 폐기물을 담은 자루가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임시 보관소 인근 하천인 후루미치가와로 전날 유실됐다. 다무라시 측은 일대를 수색해 유실된 자루 중 10개를 회수했으나 총 몇 개가 유실됐는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 보관소에는 폐기물 자루가 2667개 있었다. 다무라시는 회수한 자루에서는 내용물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폐기물 자루에는 오염 제거 작업에서 수거한 풀이나 나무 등이 들어 있으며 무게는 1개에 수백㎏∼1.3t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후쿠시마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후쿠시마원전 1~6호기 8곳에서 누설을 알리는 경보가 울렸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13일 오후 2호기 오염수 이송 배관에서 울린 누수 경보를 포함해 8개 경보는 모두 빗물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태풍에 의한 물폭탄으로 경보기가 오작동한 것으로 추정 된단 것이다.
하기비스는 지난 12일 오후 7시쯤 일본 도쿄 남서쪽에 위치한 시즈오카현 이즈 반도에 상륙했는데 1000㎜의 폭우가 집중적으로 쏟아졌고, 간토·도호쿠 지방을 중심으로 1년 강수량의 30% 가량이 물폭탄으로 퍼부어 내렸다. 13일 오전 7시경에는 세력이 다소 약화된 채로 미야고시 동쪽 130㎞ 방면까지 진행됐다.
이에 일본 기상청은 13개 광역지자체를 상대로 호우 경보 중에서도 가장 등급이 높은 ‘폭우 특별경보’를 내렸으며 이는 5단계의 경보 체계 중 가장 높은 단계에 해당했다. NHK방송은 13일 밤 9시 기준으로 30명이 숨지고, 15명이 행방불명됐다고 전했다. 부상자는 177명에 이른다.한때 42만가구가 정전됐고 2000여만명에 달하는 시민에게 피난 지시·권고가 내려졌다.
앞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2011년 3월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쓰나미(지진해일)로 인해 후쿠시마현에 있던 원자력 발전소의 전원이 차단돼 노심용융(멜트다운)과 방사성물질 누출, 수소폭발 등이 일어난 사고로 8년이 지난 현재에도 원전 내부에 접근을 하지 못해 사고 수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매일 170톤 가량의 방사능 오염수가 배출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9월 동일본 지역에 폭우가 내렸을 때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제염 폐기물이 하천으로 유출되는 일이 있었다.
한편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선수촌에 후쿠시마의 식자재를 제공할 방침이며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 일부를 후쿠시마시에 있는 아즈마 스타디움에서 개최할 예정이라 밝혔다. 또한 올림픽 성화 봉송 출발점인 J빌리지는 후쿠시마원전에서 불과 20km 거리에 있다. 이에 하기비스로 인한 후쿠시마원전사고 인근에서 방사성 폐기물 유실 사고가 '후쿠시마의 부흥'을 도쿄올림픽을 통해 도약의 기점으로 삼은 일본 정부의 계획에 차질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