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조롱 논란' 광고를 낸 일본계 의류업체 유니클로에 학생 단체들이 사죄를 촉구했다.
대학생겨레하나와 평화나비네트워크 회원들은 21일 서울 종로구 유니클로 디타워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니클로가 광고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모독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80년 전 식민지배 우리가 기억한다", "아베가 사죄할 때까지 불매운동은 계속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정은주 강제동원공동행동 간사는 "(광고에 등장한) '80년 전'은 일본 예능인과 정치인이 '왜 강제징용 문제를 아직도 꺼내냐'고 우리 정부에 시비를 걸 때 희화화해서 쓰는 말"이라며 "유니클로는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했지만 저는 일부러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철우 대학생겨레하나 대표는 "유니클로가 광고 송출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사과와 반성이 없다면 앞으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앞서 유니클로는 해당 광고가 "위안부를 폄하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유니클로가 최근 공개한 후리스 광고 영상에는 90대 할머니가 10대 여성으로부터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었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 못 한다"(I can't remember that far back)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실제 영어 대화와 함께 제공된 우리말 자막은 할머니의 대답을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로 의역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유니클로가 굳이 90대 할머니가 우리나라에는 일제 강점기인 80년 전을 언급하며 기억 못 한다고 하는 등 실제 대사와 달리 번역한 것은 우리나라의 위안부 관련 문제 제기를 조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 유니클로 '위안부 조롱 논란'에 박영선 장관 "화나는 일"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종합감사에서 '위안부 조롱 논란'이 불거진 유니클로 광고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무소속 이용주 의원은 국감장에서 해당 광고를 재생한 뒤 "외국 기업이 위안부를 조롱하는 듯한 광고를 내보냈다"며 "기업이 국민감정이나 역사를 부정하는 식으로 국내에서 영업한다면 국가적으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국가적 조치도 중요하지만, 해당 기업이 일단 그 광고를 방영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인 양금덕(90) 할머니가 등장한 패러디 영상을 튼 뒤 "광고를 내린 상태기 때문에 문제 삼기 어렵다는 취지라면 매우 적절하지 않다"며 "이렇게 치고 빠지는 식의 행위가 반복된다면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못 한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박 장관은 "굉장히 화가 나는 일"이라며 "국가가 아무 일도 할 수 없단 식으로 말한 것은 아니고, 문화체육관광부나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한번 상의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국정감사에서 유니클로를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한 검토 결과 "대기업 계열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우원식 의원은 이날 "부산에서 유니클로 때문에 복잡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해당 유니클로 주변 전통시장에 2000여개 중소 의류매장이 있는데, 불매운동이 끝나고 잘 팔리기 시작하면 2000여개 중소매장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그래서 유니클로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켜야 된다고 보는데 검토했느냐"고 물었다.
사업조정제도와 점포는 대기업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심각한 경영상의 피해를 입는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율적으로 합의하도록 정부가 중재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의 경영 안정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가 사실 조사와 심의를 거쳐 대기업 사업 확장을 연기하거나 생산품목, 수량 등의 축소를 권고할 수 있다.
이에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사업조정점포에 유니클로가 해당될 수 있다"며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FRL코리아라는 곳이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의 계열사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 유니클로, '위안부 조롱 논란' 광고 전면 중단
유니클로가 '위안부 조롱 논란'이 불거진 새 광고 송출을 전면 중단했다.
유니클로는 지난 20일 공식 입장문에서 "광고는 후리스 25주년을 기념한 글로벌 시리즈로, 어떠한 정치적 또는 종교적 사안, 신념, 단체와 연관 관계가 없다"면서 "하지만 많은 분이 불편함을 느낀 부분을 무겁게 받아들여 즉각 해당 광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19일부터 디지털을 포함한 대부분 플랫폼에서 광고를 중단했다"면서 "일부 방송사는 사정에 의해 월요일부터 중단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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