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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감성’ 입혀… 소재 고급화로 글로벌 시장 공략 [창의·혁신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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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23 06:00:00 수정 : 2019-10-22 20: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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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경험 DB화… 조색 시스템 구축 / 고객과 아침 회의 뒤 오후 샘플 제공 / 줄어든 실험 시간 활용 아이디어 개발 / 중앙연구소 AI활용 색상예측도 추진 / 금속질감 가진 플라스틱 ‘메탈리너스’ / 기존 시중 제품의 외관상 불량 극복 / 별도의 성형·도금 추후공정 불필요 / 고객사 비용절감·환경 오염도 줄여
“플라스틱에 어떻게 감성을 입힐지를 늘 생각합니다.” 지난 10일 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삼양중앙연구소에서 만난 조성환 화학연구소장(상무)은 “삼양사가 굴뚝산업의 대명사인 화학과 디지털을 결합해 소비자의 ‘감성 만족’에 도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폴리카보네이트(PC),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등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합성 및 가공 연구를 통해 첨단 신소재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는 삼양중앙연구소의 최근 키워드는 ‘감성’이다.

 

◆소비자 만족시키는 ‘감성 소재’에 공들이는 삼양사

“기자님, 소파 옆에 주로 뭐가 있죠? 에어컨이 많이 있을 겁니다.”

조 소장이 자문자답했다. 그는 이어 “에어컨을 주로 소파 옆에 두기 때문에 가전제품 디자이너는 소파와 비슷한 재질로 에어컨 외장을 만들고 싶어한다”며 “하지만 (이를 위한) 도금·도장 공정은 상당히 복잡하고 어렵다”고 말했다. 소파의 재질과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에어컨 외장 플라스틱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도료를 같은 비율로 혼합하더라도 플라스틱의 종류에 따라 실제 구현되는 색상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 때문에 연구소는 오랜 기간 축적한 생산 경험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해 조색(調色·color matching)을 위한 자체 시스템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데이터와 실제 샘플(시편) 수만개를 연동시켜 예상치와 유사한 샘플을 고객들이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고 한다.

삼양사는 최근 연구소에 컬러랩(color lab)도 열었다. 고객이 원하는 색깔을 플라스틱에 정확히 구현해 내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소재와 도료에 대한 연구개발(R&D)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조색 관련 연구 시설은 화학기업들 대부분이 갖추고 있지만 삼양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공지능(AI)도 도입했다. 연구소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와 협업해 내년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AI를 활용한 색상 예측 모델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이 가동되면 현재 업무 프로세스 대비 30% 정도 개발 속도를 향상할 수 있다. 또한 색상 구현에 대한 AI 예측 정확도도 올해 85%에서 내년 90%, 2021년에는 95%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소장은 “디지털 혁신은 DB가 시작이고 DB가 갖춰지면 시간이 확보된다”며 “과거 DB가 시스템적으로 없을 때는 중복실험도 있어서 시간과 인력 낭비가 있었지만, 지금은 고객과 아침에 회의하면 오후에 샘플을 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를 통해 확보한 시간으로 새로운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연구소에는 직원들이 ‘확보된 시간’을 ‘창의적 아이디어’로 변환시킬 수 있는 공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연구용 전문서적은 물론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만화책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이 구비된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에는 일명 ‘명예의 전당’도 있었다. 연구원들이 수상한 과제들과 표창장 등을 전시해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고 한다. 연구소 쇼룸에서는 삼양사가 생산한 소재로 만든 부품이 자동차에 적용된 자동차 모형 조형물도 볼 수 있었다. 삼양사 화학소재로 만든 부품은 자동차 범퍼, 헤드라이트 커버 같은 외장재부터 내장재, 전장부품 등까지 다양했다.

삼양중앙연구소 내에 위치한 도서관에서 직원들이 독서를 하고 있다. 삼양사 제공

◆삼양사 감성 소재 선두주자 ‘메탈리너스’

최근 소재 시장의 새로운 키워드인 ‘감성’ 소재는 기능적 측면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감각까지 만족시키는 소재를 의미한다. 삼양사의 감성 소재는 ‘메탈리너스(metalinus)’가 선두주자다.

이 소재는 금속 질감을 가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다. 삼양사는 실제 알루미늄 플레이크(조각)를 플라스틱에 넣어 금속에 가까운 질감을 구현해 기존 타사 제품의 단점으로 꼽히던 외관상 불량 문제를 극복했다.

삼양사 연구원들이 삼양중앙연구소의 컬러랩(color lab)에서 메탈리너스 컬러북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삼양사 제공

삼양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플라스틱으로 금속 느낌의 제품을 만들면 부품 성형 후 별도의 도장이나 도금공정을 진행해야 했다”며 “하지만 삼양사의 메탈리너스는 플라스틱 소재 자체에 고객이 원하는 색상과 금속 질감을 모두 구현해 추가 공정이 필요없다”고 설명했다.

추가 공정이 생략되면서 고객사의 생산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제품의 색이 바래거나 벗겨지는 문제도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도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줄고 금속에 비해 정교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 수 있어 가전, 자동차 제조업체 등에서 수요가 높다.

삼양사에 따르면 현재 메탈리너스는 국내 대표 가전업체의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청소기, TV 등에 적용되고 있다. 삼양사는 해외 가전, 자동차 업체로 적용 범위를 넓혀 올해 5000t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약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삼양사 관계자는 “색상, 소재, 마감처리 등 제품 외관에서 느껴지는 감각적 만족이 제품 선택의 기준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삼양사는 전자, 자동차 제조기업 등의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 차별화와 고급화를 위한 감성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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