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15·과천중)은 만 11세로 초등학생에 불과했던 2016년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선수권대회에 나서 자신보다 훌쩍 많은 언니들을 제치고 국내 최정상에 오른 선수다. 이후 국내 피겨스케이팅 팬들은 그를 ‘천재소녀’라 부르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지만 국제무대에서 세계적 선수들과 겨루는 모습을 볼 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만 15세가 돼야만 시니어 국제대회에 나설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다.
3년여를 기다린 끝에 시니어 무대에 나선 유영이 자신에 대한 기대감을 현실로 바꿔놓았다. 피겨스케이팅 최고 무대인 ISU 시니어 그랑프리에 처음 출전해 곧바로 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유영은 27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켈로나에서 열린 2019~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 ‘2019 스케이트 캐나다 인터내셔널’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5.03점, 예술점수(PCS) 65.24점, 감점 1점을 합해 139.27점을 받았다. 유영은 하루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한국 여자선수 최초로 트리플악셀을 성공시키며 78.22점을 따낸 바 있다.
결국 쇼트와 프리 두 부문을 더해 총점 217.49점으로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5·러시아·241.02점), 키히라 리카(17·일본·230.33점)에 이어 동메달을 획득했다.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 무대에서 한국 선수가 메달을 따낸 것은 김연아(29·은퇴)가 2006년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13년 만이다. 또 김연아와 지난해 시니어 5차 그랑프리에서 동메달을 따낸 임은수(16·신현고)에 이어 한국 여자 선수로는 세 번째로 ISU 시니어 그랑프리 메달리스트가 됐다. 아울러 이날 따낸 점수로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기록한 228.56점에 이어 한국 여자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개인 총점을 보유한 선수로도 올라서는 등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 첫 무대에서 중요 성과를 여러 개 만들어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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