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둔 인민해방군(PLA)이 지난 6월 홍콩 사태 이후 처음 투입돼 시위대가 설치한 장애물 제거 작업을 벌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폭력범죄 분자가 홍콩 법치와 사회 질서를 짓밟고 있다”고 언급한 직후다. 시위 현장이 아닌 도로 청소 작업이지만 홍콩 현지에서는 향후 시위가 계속 과격해질 경우 중국군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강력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군 수십명은 지난 16일 오후 카오룽 등 주둔지에서 나와 전날 밤 시위대가 도로에 설치한 바리케이드와 장애물 제거 작업을 지원했다. 앞서 시민 20여명이 청소작업을 벌이고 있었고, 이후 소방관과 경찰관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16일 오후 4시 20분 작업에 나섰고 오후 5시 기지로 복귀했다. 중국군은 공식 웨이보를 통해 “장병들이 시민과 함께 주둔지 주변 도로를 청소했다. 시민의 박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군이 홍콩 공공사업에 투입된 것은 지난해 태풍 망쿳 피해 복구 지원 이후 처음이다.
외신은 이번 사안을 매우 상징적인 군사 움직임이라고 보고 있다. 시위대를 겨냥해 상황이 더욱 악화하면 시위 진압을 위해 군 투입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전달했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미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군 투입 가능성을 주장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이날 1면 논평에서 홍콩 폭력 상황을 제압하고,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콩은 격렬했던 지난 5일간 시위는 일단 소강 국면을 맞았다. 주말을 맞아 시위대가 도로 봉쇄를 풀고 일부 고속도로 차량 통행도 재개됐다. 이날 오전 폴리테크닉대학 인근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지만, 대규모 시위 사태로 번지지는 않았다. 시위대가 크로스오버터널 입구에 인접한 폴리테크닉대를 점거한 것 외에는 주요 대학에서는 모두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현지 소식통은 “산발적 충돌이 몇 곳 있었지만, 참가자도 적고 격렬 시위도 일단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24일 구 의원 선거가 격렬 시위의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보고 있다. 홍콩 정부가 친중파 진영이 불리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구 의원 선거 연기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위가 더욱 격렬해지고 있어서다. 시위대는 홍콩 정부에 구 의원 선거를 보장하면 도로 통제를 해제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그런 이야기가 있지만, 홍콩 정부가 시위대와 협상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그런 정도로만 알려졌다”고 전했다.
한편, 홍콩 선거관리위원회 펑화(馮驊) 주석은 전날 홍콩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국은 구의원 선거를 24일 예정대로 치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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