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19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은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또 더 많이 기여해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필리핀 방문길에 “한국은 부유한 나라”라며 이같이 밝혔다.
협상이 불발되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는 "국무부가 협상의 주무 부처"라면서 "상세한 내용은 그쪽에 맡겨야 한다"며 구체적 언급은 삼갔다.
◆ 이혜훈 “美대사,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 요구”
국회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관저로 불러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를 내라는 요구만 20번 정도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7일 미 대사관저에서 해리스 대사 등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인사 나누는 자리로 알고 가볍게 갔는데 서론도 없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 달러를 내라고 여러 번, 제 느낌에 20번가량 했다”며 “제가 해당 액수는 무리하다고 말하면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얘기도 꺼냈지만, (해리스 대사가) 또다시 방위비 분담금 화제로 넘어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십년간 많은 대사를 뵙긴 했지만 이런 경우는 저로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분이 나빴냐’는 질문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 의원은 또 “해리스 대사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내야 할 돈의 5분의 1밖에 내지 않은 일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고 주장했다”며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 부당한 이유에 대해 “주한미군이 주둔하면서 미국도 혜택을 보기 때문에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100% 우리가 내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이밖에 각종 세금을 면제해 주고 토지와 건물을 주는 등 직간접적으로 내는 돈도 매우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구나 우리가 낸 돈을 다 쓰지도 못하고 미국 측이 쌓아놓고 있다고 확인된 액수도 1조3000억원이라는데, 설사 50억 달러를 우리가 내야 할 돈이라고 동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누가 1년 만에 5∼6배를 올리겠나”고 덧붙였다.
◆ 韓대표 “방위비 분담금 美제안, 우리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의 한국 수석대표인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미국 측의 전체적인 제안과 저희가 임하고자 하는 원칙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청사 기자회견에서 ‘미측이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을 요구하며 기존 SMA 틀에 벗어난 주장을 하는 데 대한 대응 방안’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과 관련해서는 (양쪽) 다 공정하고 상호 수용가능한 분담을 천명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계속 노력해 상호 간에 수용가능한 분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미국 측이 방위비 문제와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연계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주한미군과 관련된 부분은 지금까지 한 번도 논의된 바가 없다”면서 일축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제임스 드하트 미국 수석대표와 제3차 회의 이틀째 일정을 진행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약 1시간 만에 끝냈다.
정 대표는 회담의 조기 종료에 대해서는 “우선 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것은 미측이 먼저 이석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미가 이견을 보인 부분이 미국이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총액인지, 새로운 항목 신설 부분인지에 대해서는 “총액과 항목은 서로 긴밀히 연계돼 있다. 그렇기에 항목과 총액 모두를 포함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