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미세먼지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영향이 처음 수치로 확인됐다. 물론 이번 조사는 특정 연도, 초미세먼지에만 국한한 것이어서 중국이 우리나라의 대기오염 문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담아내지는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의 분석 결과 수치가 제각각이어서 결국 단순 평균값으로 발표했다는 문제도 있다. 또 겨울철 같은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에 대한 조사는 이번 발표에서 빠져 있어 일반 국민의 체감도와 거리가 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표는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동북아 협력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평균값이긴 하지만 한중일이 상대의 분석 결과를 인정하고 합의된 수치를 내놓은 것은 주목할만하다.
향후 과학적 근거하에 외교적,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특히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일단 첫 단추가 끼워진 만큼 협력과 설득을 통해 관련국들의 자발적 의지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국무총리실 산하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는 최근 '청천(晴天)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중국과 대기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확대해 동북아 지역에서 대기 질 국제협약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는 발표했다.
유럽 32개국과 미국, 캐나다 등이 1979년 체결한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에 관한 협약'이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이 2014년 비준한 '초국적 연무오염 협정'(일명 헤이즈 협정)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동북아의 대기오염 문제는 한중일이 주도해야겠지만 북한, 몽골 등 주변 국가들도 되도록 많이 참여시켜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요인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초미세먼지(PM-2.5) 가운데 국내 영향으로 발생한 것은 절반 가량이고, 32%는 중국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한중일의 첫 공동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20일, 한중일 3국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책 결정자를 위한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 공동연구(LTP)' 요약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대기 질 모델 기법을 이용해 한국(서울·대전·부산), 중국(베이징·톈진·상하이·칭다오·선양·다롄), 일본(도쿄·오사카·후쿠오카) 등 주요 도시의 국내외 초미세먼지 발생 요인을 분석한 결과, 자체 기여율은 한국이 연평균 51%, 중국 91%, 일본 55%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국내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 중 국내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 절반을 소폭 넘는다는 의미다. 아울러 중국 내 초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국 내 요인으로 발생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황산화물, 미세먼지와 같은 중국 대기 오염 물질이 한국 3개 도시에 미치는 영향은 평균 32%, 대(對) 일본 영향은 25%로 파악됐다.
◆국내 초미세먼지 32% 중국에서 유입…공식적인 연구결과 주목
한국 대기 오염 물질이 중국과 일본에 미치는 영향은 각각 2%, 8%로 산정됐고 일본 대기 오염 물질이 한국과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2%, 1%로 나타났다.
2000∼2017년 모니터링 결과 3국 모두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 농도가 하락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15년 대비 지난해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의 경우 한국은 12%, 중국은 22% 하락했다. 일본은 2015년 대비 2017년 농도가 12% 낮아졌다.
이번 보고서는 한중일 전문가가 공동으로 연구를 추진하고 3국 정부가 연구 결과를 함께 검토해 발간한 최초의 보고서다.
당초 지난해 발간될 예정이었으나 중국 측 이견으로 발간이 연기된 바 있다.
이후 올해 2월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중국 리간제(李干杰)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이 이달 23∼24일로 예정된 한중일 환경 장관회의 전까지 발간하자고 합의해 보고서가 발표됐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이번 보고서는 동북아 대기 질 개선을 위한 국가 간 협의의 귀중한 과학적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세먼지 줄이기 위해선 주변국과 협력 중요…실제 협조 간단한 사안 아냐
이런 가운데 올 겨울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 미세먼지 토론회'에서 예상욱 한양대 교수는 올해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평년(PM 10 기준 60.4㎍/㎥)과 비슷하거나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욱 교수는 "우리나라 겨울철 미세먼지 농도는 주변 기상과 기후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가을에 바렌츠-카라해 북극 얼음이 평년보다 많이 녹으면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올해는 북극 얼음이 이미 많이 녹아 있는 상태라 미세먼지 농도가 낮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열대지역의 해수면 온도, 겨울철 몬순(계절풍) 영향을 고려했을 때도 미세먼지 농도가 평년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는 통계적 분석에 따른 결과로 미국의 기후 예측 모델로 분석했을 때는 상당히 나쁠 가능성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통상 겨울 기온이 높으면 미세먼지 농도도 올라가는데 미국 모델은 올해 동아시아 지역 기온이 높을 것으로 예상해 기후 조건으로 봤을 때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변국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준 연세대 교수는 "지상 측정, 위성 원격탐사, 기계 학습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는 장기적으로 감소 추세나 2015년 이후만 보면 증가 또는 정체 수준"이라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중국과 북한 등 주변국에서 온 오염물질을 꼽았다.
김 교수는 "주변국들로부터 장거리 수송 영향은 30%, 고농도 사례 시에는 60%까지 올라간다"며 국제적인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순태 아주대 교수도 "위성 관측자료를 보면 겨울철 중국과 한국 미세먼지 변화가 매우 유사한 만큼 공동 대처가 필요하다"며 "국내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황산화물과 질소 산화물 배출 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10명 중 8명 "보건용 마스크 건강보험 적용 필요"
한편 국민 10명 중 8명이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도입을 찬성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국가기후환경회의)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같은 내용의 '미세먼지 관련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지난 17일 발표했다.
이는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유)닐슨컴퍼니코리아에 의뢰해 지난해 28일부터 이달 6일까지 열흘 간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다.
응답자의 78.3%가 계절관리제 시행에 찬성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4.9%에 그쳤다.
다만 찬성률은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마련 과정에 참여했던 '국민정책참여단'(463명) 조사시 나왔던 95.2%에 비해선 16.9%포인트 낮았다.
계절관리제란 일회성으로 시행하던 '비상저감조치'를 미세먼지 고농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봄철 4개월(12~3월) 간 지속하는 제도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국민정책참여단과 함께 숙의·토론을 거쳐 계절관리제를 골자로 한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했고, 이를 정부에 제안해 채택됐다.
정책별로 국민의 찬반 비율은 갈렸지만,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찬성하는 쪽이 월등히 많았다.
보건용 마스크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서는 79.5%가 찬성했다. 이는 국민정책참여단 찬성률(71.2%)보다 8.3%포인트 높은 수치다.
국제협력 부문에서는 '중국과의 정보공유 및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는 데 85.6%가 지지했다.
그러나 정부가 국제협력을 잘한다는 비율은 20.8%로 잘하지 못한다고 인식하는 응답(38.4%)보다 낮았고, 국제협력을 통한 미세먼지 해결에 소요되는 시간도 '5년 이상'(51.5%)이 절반 넘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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