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이 우리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이에 따른 이익을 모든 국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21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30차 통상조약 국내 대책위원회’에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해외 신시장을 개척하고 국내 산업의 혁신을 촉진함으로써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미·중 무역분쟁 등의)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특히 이달 초 협정문이 타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25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언급하며 “이를 계기로 통상·교역뿐만 아니라 표준, 기술 등 전 분야를 포함하는 교류와 협력의 장을 열 것”이라며 “그동안 58개국과 18건의 FTA를 통해 무역 1조달러, 수출 세계 6위 달성과 더불어 경제성장, 소비자 후생 개선, 교역 품목 다변화 등의 성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58개국과 18건의 FTA를 체결했다. 대표적으로 아세안(2009년 체결), 인도(2010년), 유럽연합(EU·2011년), 미국(2012년), 캐나다(2015년), 중국(2015년) 등이 있다. 최근에는 코스타리카·엘살바도르·온두라스·니카라과·파나마 등 중미 5개국에 이어 영국, 이스라엘과 각각 FTA를 맺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FTA 네트워크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7% 수준에 이른다. 떠오르는 신흥시장인 아세안 국가와는 지난달 세계 4위 인구(2억7000만명)를 지닌 인도네시아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타결했고 말레이시아, 필리핀과 FTA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 양자 FTA가 발효된 베트남과는 교역규모가 2014년 303억달러에서 2018년 683억달러까지 늘었다.
대책위원회 민간 위원장을 맡은 조석 경희대 교수는 이날 “지금까지 우리의 통상정책이 FTA라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환경 속에서 진행됐다면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접어들었다”며 이른바 ‘포스트 FTA 시대’에 대비한 전략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혁신·확장·활용’을 골자로 하는 FTA 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혁신산업의 해외시장 확보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2022년까지 전 세계 GDP의 90%에 해당하는 70여개국과 FTA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산업 현장과 정책의 연계를 위한 소통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외경제연구원 등의 분석에 따르면 FTA 발효 이후 15년간 실질 GDP는 3.4%, 후생은 225억달러 증가했다”며 “당초 우려됐던 농업 개방의 부작용은 정책지원을 통해 최소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G2(미국·중국)에 집중된 교역구조(2018년 기준 35% 이상) 개선을 위해 신(新)남방·신북방·중남미 등과 맺은 FTA를 통해 우리 기업의 신흥시장 진출을 돕고 글로벌 밸류체인(GVC) 재편 대응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대(對)FTA 발효국 수출액은 2976억달러, 수입액은 2440억달러로 흑자 규모는 536억달러다. 관세청 측은 지난해 같은 기간(780억달러)보다 31% 감소했지만 FTA 비(非)발효국과의 무역수지가 249억달러 적자인 것을 고려하면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 대외 경제환경 악화 속에서도 FTA 교역이 무역수지 흑자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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