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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강도 압박 한몫… 韓·美·日 안보협력 틀 유지 방점 [지소미아 종료 연기]

입력 : 2019-11-22 22:37:25 수정 : 2019-11-22 22: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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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피한 韓·日 양국 / 靑 “日의 수출규제·강제동원 연계 전략 / 지소미아 연계 전략으로 깬 것이 성과 / 언제든 종료할 수 있어 日과 균형 이뤄” / 화이트리스트 제외 철회 물꼬 열어 / 악화일로 양국관계 회복 신호탄 희망 / 日, 강제동원 해법 도출까지 시간 끌 수도

22일 이뤄진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유지 결정 배경엔 한·미·일 안보협력 대열이 유지돼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가 주도해 다소 시간을 버는 모양새였지만, 종료 6시간을 앞두고 공개된 이번 합의를 계기로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여러 고비를 넘겨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제동원·수출규제 연계를 지소미아·수출규제 연계로 깨”

표면적으로 일본은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조치, 즉 수출규제를 유지한다. 하지만 ‘국·과장급 정책대화’를 통해 수출규제 철회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개 품목의 경우 수출관리 운용을 재검토할 수 있게 됐고, 더 나아가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통해 백색국가 복원도 논의할 수 있게 됐다”며 “이에 대해 한·일 간 양해가 됐다”고 밝혔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포토레지스트(PR)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기체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품목의 수출관리 운영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것은 개별허가에서 포괄허가 대상으로의 환원을 의미한다. ‘건전한 수출 실적의 축적’이 전제다. 합의상 ‘현안 해결에 기여하는 방향’이라는 문구가 있기 때문에 실현을 긍정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청와대는 이날 합의에 대해 “일본의 수출규제와 강제동원 연계전략을 한국의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연계전략으로 깬 것이 이번 합의의 성과”라며 “우리 역시 지소미아를 언제든 종료할 수 있으므로 일본과 균형을 이룬 것”이라고 자평했다. 일단 이번 합의에서 강제동원 문제와의 연계 없이 수출규제 완화 혹은 철회의 물꼬를 튼 것은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협정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한 내용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미국 고강도 압박 영향 미친 듯… 갈등 원천적 해결까지는 시간 많지 않아

미국은 이번 과정에서 통상적인 수준의 ‘관여’를 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7월1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한 각의를 열기 전 ‘휴전 협정’을 내놨을 때처럼 구체적인 미국의 중재안 제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일본이 태도를 바꾸고, 한·일이 한 발씩 물러선 데는 양국에 집중적으로 가해진 미국의 고강도 압박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합의가 지난해 10월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양국 관계 회복의 신호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평가하는 것처럼 이번 합의가 강제동원 문제와 수출규제를 연계하는 일본 전략을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문제 해결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마냥 긴 시간이어서는 안 된다”며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원만한 결과가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한이 없기 때문에, 일본이 한·일 갈등의 핵심인 강제동원 문제의 해법이 도출되기까지 수출규제를 철회하지 않고 시간끌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한국은 이번 합의에 시한을 두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그러자면 지소미아 조약을 개정해야 하는데 일본의 반응이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파국으로 치닫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강제동원 문제 해결 없이 수출규제 철회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양국 협의를 통해 변곡점을 살려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일 양국의 논의는 G20(주요 20개국)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 나고야를 찾은 강경화 장관이 23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가질 양자회담 자리에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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