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6일 청와대 앞에서 7일째 단식 투쟁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텐트 설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심상정 “우리는 8월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열흘간 단식해”
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수많은 시위와 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자리지만 법을 어기면서 몽골식 텐트를 친 것은 황교안 대표가 처음”이라며 “단식농성을 하는 데까지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4년 8월 우리 정의당 의원단도 세월호특별법 제정촉구를 위해 그 자리에서 단식했지만 국법에 따라 가리개 하나 없이 그 뜨거운 땡볕 아래서 맨몸으로 열흘간 단식을 했다”며 “제1야당 대표라고 해서 법을 무시한 황제단식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권력 남용을 막는 것이 법치”라며 “야박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법치와 공정과 정의를 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행정대집행을 통해 텐트를 철거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황 대표의 건강이상설에 대해선 빨리 병원에 가길 제안했다. 심 대표는 “황 대표는 ‘기력이 빠져 거의 말씀도 잘 못 하고 앉아 있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며 “그렇다면 빨리 병원으로 자리를 옮기시든가 아니면 단식을 접고 국회로 돌아오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은) 지금 패스트트랙 합의처리와 결사저지 두 가지를 동시에 외치고 있다. 합의를 위한 협상도 결사저지도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이 정권 도덕적 감수성 의심돼”
한국당은 전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위로방문 직후, 오후에 청와대가 텐트를 철거해달라는 입장을 통보한 데 대해 “상황을 풀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것”,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6일 황교안 대표의 단식농성 텐트 옆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친정권 세력의 수많은 천막은 허용하면서 추위나 막아줄 천막을 빼앗겠다는 것인가”라며 “한 여권 인사는 '건강 이상설이 너무 빠르다'며 목숨을 건 투쟁을 조롱했다. 이 정권의 도덕적 감수성이 의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당 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이 기자들에게 공개한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문자에는 “분수대 광장이 천막 설치가 불가한 지역”이라며 “경찰을 비롯해 실무자들도 고충이 크니 자진 철거해주시면 감사하겠다. 황 대표님의 힘든 상황과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그곳에서 오랜 기간 집회를 이어오시던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규정상의 문제가 있다”고 철거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