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 개입 의혹을 촉발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첩보를 ‘익명의 투서’로 확보했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첩보의 ‘최초 출처’는 이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핵심인데, 청와대를 상대로는 알기 어렵게 된 셈이다.
28일 청와대·경찰 관계자 등의 말 등을 종합하면 김 전 시장 비위에 대한 첩보는 2017년 청와대에 우편으로 제보된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백원우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김기현 첩보’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했고 박 비서관이 실무진을 통해 이를 경찰청에 이첩했다는 것이다.
청와대·경찰 주장의 논리를 따르면 김 전 시장 첩보는 법률상 민정비서관에게 금지된 선출직에 대한 ‘표적 수집’으로 확보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반면 ‘투서→백 민정비서관→박 반부패비서관→경찰청’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첩보 수집·이첩 체계가 이뤄지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투서 형태로 들어오는 첩보는 민심을 수집하는 민정비서관과 청와대 내부를 다잡는 공직기강비서관보다는 사정기관을 담당하는 반부패비서관실에 넘겨 처리하는 게 자연스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김 전 시장 관련 수사를 억지로 하명사건으로 꾸며내고 있는 것”이라며 “투서형태의 첩보를 청와대가 대체 어떻게 처리하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사정기관 사이에선 다른 해석도 나온다. 인지사실을 남기기 곤란한 사건의 경우 익명의 투서 형태로 수사기관 스스로 접수하는 관행이 흔했다는 것이다. 익명의 투서로 접수된 사건이라고 해서 ‘적극적 첩보수집 행위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박 반부패비서관의 사의설이 돌고 있다. 박 비서관은 ‘조국 사태’ 당시에도 “힘들다”며 주변에 물러나겠다고 밝혔다가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정권 실세들은 박 비서관을 검찰쪽 사람으로 의심하고 있고 친정인 검찰은 박 비서관에게 거리를 두면서 그의 처지가 딱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29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이번 사건의 입수과정 등을 상세히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준·이희경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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