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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시스템·원칙 벗어난 靑 민정수석실…‘인맥·파워 중심’ 논란

입력 : 2019-11-30 06:00:00 수정 : 2019-11-29 23: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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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감반, 대통령 임명 고위공직자 감찰 / 김기현 前 울산시장은 대상 포함 안 돼 / 민정수석실 첩보 생성·이첩 규정 위반 / 김태우 “내가 생산한 해운업체 첩보 / 백원우, 심복 尹 총경 통해 강제 이첩” /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등 잇단 논란 / 檢 ‘천경득이 중단 요구’ 관련 진술 확보

문재인정부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어느 조직보다 업무 처리가 엄격해야 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법과 원칙, 시스템을 벗어나 운영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위에 대한 특별감찰반(특감반) 감찰 중단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 등을 둘러싼 최근 흐름을 볼 때 민정수석실의 개입은 위법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각종 잡음에서 ‘키맨’으로 지목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친문 실세로 꼽혀 법·시스템이 아닌 ‘인맥·파워’ 중심으로 업무 처리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백 전 비서관은 규정에 어긋난 ‘별도 특감반’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조만간 백 전 비서관을 소환해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시장 첩보를 경찰에 넘긴 뒤 민정비서관실에 파견된 인력을 통해 경찰 수사상황을 챙겼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이런 정황이 사실이라면 “(첩보 이첩은) 비서관실 간 업무분장에 의한 단순한 행정적 처리였다”며 하명수사 의혹을 일축한 백 전 비서관의 28일 해명과 배치된다.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첩보를 경찰청을 통해 울산경찰청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진 민정비서관실이 직접 경찰의 수사 상황까지 챙겼기 때문이다.

대통령 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특감반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단체장 및 임원, 대통령의 친족 및 대통령과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을 감찰한다. 김 전 시장은 민선 지자체장이자 국회의원 출신으로 대통령의 임명 여부나 대통령과의 관계 등에서 감찰 대상에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 민정수석실이 김 전 시장에 대한 첩보를 생성·이첩한 것은 감찰 대상 규정에서 벗어났다는 얘기다. 더욱이 백 전 비서관은 민심 파악과 대통령 친인척 관리가 주 업무인 민정비서관으로 감찰권한이 없다. 그럼에도 자체적인 비밀팀을 운영해 지방선거 전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를 챙긴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백 전 비서관이 청와대 직제에 규정된 업무 범위를 넘어 자행한 월권행위는 곳곳에서 나온다.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폭로했던 김태우 전 특감반원은 28일 유튜브 채널 ‘김태우TV’에서 과거 자신이 생산한 한 해운업체 관련 첩보와 관련해 “백 전 비서관은 자기 심복인 윤규근 총경을 통해 자기가 특감반에 이첩시키라고 했던 사안까지 확인해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기 비서관실 소관업무도 아닌 옆 비서관실(반부패비서관실) 소속인 이인걸 특감반장을 압박해 강제로 (첩보를) 이첩시킨 사안이다. 이건 명백한 범죄행위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11월 당시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백 전 비서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첩보를 경찰에 넘기고 수사상황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재인정부 들어 민정수석실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 전 특감반원의 폭로로 시작된 민간인 사찰 의혹에서부터 민정수석 재직 시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버닝썬 수사’ 정보를 유출한 윤 총경 사건까지 꼬리를 물고 있다. 과거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의 민정(民政)은 ‘국민의 뜻을 살피는 일’이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천경득(46)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이 반부패비서관실 이인걸 전 특감반장에게 ‘피아 구분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감찰 중단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행정관은 금융위 핵심 보직인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하던 유 전 부시장을 통해 금융위 고위직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해 감찰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외곽 지지 모임과 선거 캠프에도 참여했던 변호사 출신 천 행정관은 최근 ‘숨은 친문 실세’로 지목되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은 감찰받을 때 김경수 경남지사, 청와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천 행정관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수시로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조 정책실장, 노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노영민 “김기현 압수수색 20분전 보고 받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29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이른바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의 조사 대상이 아니어서 그대로 (비리 첩보를) 이첩했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에서 “비리에 대한 첩보는 당연히 신빙성을 판단한 이후에 (청와대의) 조사 대상자인 경우에 조사한 이후에, 아닌 경우에는 그대로 관계 기관에 이첩했다”면서 “그대로 이첩을 안 했다면 직무유기”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 실장은 ‘경찰이 김기현 전 시장과 관련한 수사를 9번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이첩된 것에 대해 자료를 수집 중’이라고 한 번 보고를 받았고, 그 이후 (지난해 3월)압수수색 20분 전에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그러나 “대부분 지방선거 이후에 보고 받았다”고 해명했다. ‘청와대가 개별 사건을 보고받은 것이 정치 개입’이라는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에 지적에 대해서는 “보고는 일상적인 업무 절차이며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은 보고 받는다. 내용 파악 정도는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29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만지며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남정탁 기자

그는 또 청와대가 경찰에 김 전 시장 관련 수사를 압박했다는 한국당 의원들의 지적에 “압박한 적 없다”면서 “첩보를 이첩하기 전에 이미 경찰에서 (김 전 시장을) 수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또 ‘첩보 원본은 어디에 있나’라는 물음에는 “현재 검찰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노 실장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수사권이 없는 민정수석실에서 제한된 범위 내에서 조사한 후 일정 정도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인사조치 하는 수준에서 정리하는 것으로 정무적 판단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국 전 민정수석이 ‘유 전 부시장 휴대전화를 포렌식 하라고 했다’는 보도에 대해 “당시 민정수석실에서는 수사권이 없어 그런 자세한 것을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유 전 부시장 및 김 전 시장 의혹과 관련해 “현재 (청와대) 내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면서 “대략적인 것은 내부적으로 파악을 대충 마무리하는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내부 조사 대상에 대해서는 “당시 민정수석실 근무자로 청와대에 남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노 실장과 한국당 곽상도 의원 사이에서는 신경전도 벌어졌다. 노 실장은 ‘청와대 내부가 범죄행위에 연루된 점이 문제 됐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휴가를 갈 정도로 한가한가’라고 곽 의원이 묻자 “청와대 내부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라고 발끈했다.

 

김건호·이창훈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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