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의학계열 대학에 지원하는 서울과학고 학생에게 지원되는 교육비와 장학금을 전액 환수하기로 했다. 또 교내대회 수상실적을 모두 취소하고, 일반고로 전학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과학고와 협의해 ‘2021학년도 서울과학고 선발제도 개선 및 이공계 진학지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청은 “영재학교 신입생의 지역편중 현상과 입시 사교육 과열 현상이 발생했고, 영재학교 졸업생의 상당수가 의학계열 대학에 진학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마련했다”며 배경을 밝혔다.
교육청은 서울과학고의 2020학년도 신입생부터 의대에 지원할 시 교육비를 환수하고 교내대회 수상실적을 취소하기로 했다. 교육비는 1인당 연간 500만원, 고교 3년간 1500만원 상당이다. 과학고·영재학교는 일괄 폐지가 결정된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와 달리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국공립으로 운영된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학교라는 뜻이다.
교육청은 또 내년부터 서울과학고 전 학년을 대상으로 의학계열 지원 시 장학금을 환수하고, 의대 희망자에게 일반고로 전학을 권고하는 진로진학교육을 하기로 했다. 교육청은 “과학영재학교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의학계열 진학을 적극 억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청은 지역인재 발굴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 인재 우선선발 제도’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16개 시·도, 서울 25개 자치구 등 41개 단위지역별로 1명 이내로 우선 선발이 가능했던 제도를 2021학년도부터 2명씩으로 확대한다. 이밖에 선행학습 효과를 배제하고 사교육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열린 문항’ 출제를 늘려가는 등 평가 내용과 방법을 개선해나가기로 했다.
고교 서열화의 ‘정점’으로 꼽히는 과학고·영재학교 재학생의 지역편중 현상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에 따르면 2019학년도 영재고 입학생 10명 중 7명(70.1%)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 출신이다. 특히 서울과학고 입학생 128명 중 절반가량인 62명(48.8%)이 서울 강남 대치동의 특정 학원 출신이었다.
여권 일각에서는 과학고·영재학교 재학생의 의대 진학은 학교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하나둘씩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영재학교에서 수업을 받은 뒤 의대에 진학하는 것은 ‘먹튀’”라며 “의대 진학 제한은 못 하더라도 지원금은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서울과학고 졸업생 5명 중 1명(21.7%)이 의학계열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은 “서울과학고가 과학영재학교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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