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재개된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회의가 결렬된 지 약 2주 만이다. 올해 초 체결된 1년짜리 협정의 유효기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열리는 이번 협상에서는 SMA의 분담 ‘틀’을 유지하려는 한국과 이를 바꾸려는 미국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본진’으로 간 협상…협상 변곡점 예상
한국 측 정은보 수석대표와 협상단은 11차 SMA 네번째 협상을 위해 2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11차 협상에서는 처음으로 워싱턴에서 열리는 대좌이다. 지난 4월 1년짜리 협정을 체결하고, 5개월 만인 9월 다시 협상을 재개한 이유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분담금 인상 의지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협상은 시기로나 장소로나 11차 협상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3차 협상에서 미국 협상팀은 협상 1시간30분 만에 자리를 뜨고, 한국에 ‘답을 가져오라’며 공을 떠넘기는 성명을 내는 등 이례적 행동을 보였다. 당시 외교가에서는 미국 협상팀의 행동엔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게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 대표는 출국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지난 번엔 미국 측이 먼저 자리를 떴지만,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한·미동맹 강화와 연합방위 능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가는 협상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협상에서 한국에 협상의 공을 넘긴 미측 전략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또 “원칙적으로는 연말까지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면서도 “연말까지 완결이 될 것인지 여부는 협상 진행에 따라서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내 시한 압박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 대표는 실무적으로는 연내 한 번 더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서로 수용 가능한 부담” 가능할까
미국은 올해 분담금의 6배 정도인 약 50억달러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선 먼저 분담 항목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기존 SMA에서 방위비 분담금 항목은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인건비, 미군기지 내 상호 합의한 군사시설 건설비, 군수지원비(용역 및 물자 지원) 등이다. 분담금 사용이 가능한 항목을 늘리지 않는 이상 분담금은 아무리 늘려도 약 20억달러라는 게 당국 판단이다.
협상이 단순 총액 싸움이 아니라 SMA의 ‘틀’을 둘러싼 기싸움으로 넘어간 것은 이런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새로운 분담금 협정의 틀’에는 역외훈련 비용, 한반도 순환 배치 비용, 전략 자산 전개 비용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요구를 받아들이면 한국의 재정 부담이 한반도와 주한미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미국의 태평양 전략에 투입되는 결과를 낳는다. 분담금 총액도 문제이지만 협정의 틀을 사수하는 게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방위비 협상은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10차에 걸쳐 우리가 유지해온 SMA 틀 안에서 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꾸준히 선을 긋고 있다.
미국이 최후의 순간 협상 카드로 주한미군 감축·철수 카드까지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 대표는 지난 협상 뒤 가진 질의응답에서 주한미군 감축·철수와 관련해선 “지금까지 한번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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