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맑고 공기 좋은 청정 제주도’란 말이 옛말이 되고 있다. 지난해 제주지역 미세먼지 오염 일수가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실제 제주의 맑은 하늘과 상쾌한 공기를 즐기러 제주를 찾은 관광객 중에는 예상외의 미세먼지 공습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답답한 관광에 나서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7일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제주지역에 미세먼지(PM-10) 주의보·경보가 발령된 횟수와 일수는 2015년 5차례(9일), 2016년 5차례(6일), 2017년 3차례(5일), 2018년 7차례(11일), 2019년 6차례(9일) 등이다.
초미세먼지 주의보·경보 발령 횟수는 2015년 6차례(10일), 2016년 5차례(7일), 2017년 2차례(3일), 2018년 2차례(4일), 2019년 7차례(14일) 등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주의보·경보가 각기 다른 날 발령되기도 하지만 같은 날 중복해서 발령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횟수와 상관없이 중복 일수를 제외하면 연중 관련 경보가 발령된 일수는 2015년 16일, 2016년 8일, 2017년 8일, 2018년 12일, 2019년 18일 등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발령 지속 시간만 따지면 2015년 115시간, 2016년 75시간, 2017년 80시간, 2018년 67시간, 2019년 197시간 등으로 특히 지난해 제주의 대기수준이 매우 좋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3월 5일에는 제주에 사상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지기도 했고, 미세먼지·초미세먼지 관련 경보가 내려지지 않은 달은 6∼9월 넉 달밖에 되지 않았다.
또 굳이 관련 경보가 발령되지 않더라도 제주 동부·서부·남부·북부 등 권역별로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나쁨 또는 매우 나쁨 단계의 대기 상태가 수시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날의 연간 1시간 평균 농도 최대치는 들쑥날쑥했다.
연간 최대치는 해마다 200㎍/㎥를 훌쩍 넘겼으며, 2016년 5월 7일에는 530㎍/㎥를 기록했다.
서울시의 경우 1시간 평균 농도 최대치가 2015년 245㎍/㎥, 2016년 373㎍/㎥, 2017년 423㎍/㎥이었음을 고려하면 이는 기록적인 수치다.
전기차와 풍력 발전 등을 앞세워 청정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제주에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이유는 기후·지리적 이유가 크다. 특히 초겨울부터 발달한 엘니뇨가 계절풍을 약하게 만들어 한반도 인근에 대기 정체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중국의 겨울철 난방으로 발생한 스모그와 미세먼지도 대기에 악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제주지역의 경우 타 지역보다 대기 오염물질 배출원이 적어 비교적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낮지만, 고농도 미세먼지가 제주를 덮칠 때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 시 방역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