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로 촉발된 일본 불매 운동의 여파로 국내를 찾는 일본 관광객 수가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 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관광객이 줄어든 이상으로 ‘일본 불매영향’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우리 관광객이 훨씬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2014년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관광객 수가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 수보다 항상 많았다.
◆2014년부터 5년간 방일 한국인이 더 많아… “해외여행객 규모 차이 때문”
하상석 한국관광공사 일본팀장 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2018년 기준 방한 일본인이 295만명, 방일 한국인이 753만 명에 이른다”며 2018년만해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고 밝혔다.
하 팀장은 그 배경에 우리 해외여행객 규모의 폭발적 성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인구가 약 1억2000만명인 일본이 약 5100만명인 한국보다 해외여행을 잘 가지 않는 편이라고도 덧붙였다. 국내 해외여행객 규모는 2013년 1485만명이던 것이 5년 만에 2870만명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하 팀장은 “반면 일본은 2013년도 1747만명에서 2018년도에 1800만명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도 100만 정도 차이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일본은 극도로 정체돼 있어 한일 해외여행객 격차가 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국 모두 줄었지만… 방일 한국 관광객 훨씬 줄어 ‘역전’
그러던 것이 지난해 들어 불매운동 여파로 한일 관광객 수가 역전 현상을 보였다.
하 팀장은 “상반기엔 한 165만명 정도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했다. 전년도 대비 26% 이상 성장한 수치”라며 “7월 이후 일본여행 불매운동이 일본 내에 보도됐다. 일본인들이 해외에서의 안전 등에 민감하다보니 10월 이후로는 저희 쪽(방한)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10월은 -14% 정도, 11월도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을 방문하는 국내 관광객은 이보다 훨씬 더 줄었다. 하 팀장은 “한국인이 일본에 가는 숫자는 8월 이후 급속하게 줄었다. 8월은 한 48%, 9월 이후엔 거의 60% 이상, 10월, 11월은 65%가 빠졌다”며 “작년도에 한 50만에서 60만 정도 규모로 일본을 방문하던 관광객이 지금은 한 20만명 빠졌다. 2018년도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약 200만명 정도 감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선 한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관광 위기론도 고개를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 추세로는 일본의 올해 연간 방일 외국인 4000만명 목표 달성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다바타 히로시(田端浩) 일본 관광청 장관은 지난해 연말 기자회견에서 “4000만명 유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유치 프로그램을 만들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여행사에서는 일본 여행 예약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곳도 있다”며 일본 관광 시장에서의 한국인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교도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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