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성추행한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대법원 2부의 주심 대법관은 노정희(사진) 대법관이다.
그는 잠시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원이었고 법원 내 양성평등 연구 모임인 ‘젠더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대법원은 이날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내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사실상 무죄 취지의 판결인 만큼 파기환송심에선 무죄 선고가 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검사장은 대법원이 직권으로 내린 보석 결정에 따라 석방했다.
주심인 노 대법관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판결문은 “안 전 검사장이 서지현 검사를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내는 과정이 검사 전보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위반해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적시했다. 법무부 검찰 인사 담당자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1963년 광주에서 태어난 노 대법관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19기)을 수료하고 1990년 춘천지법 판사로 임용됐다. 법관 근무를 시작한지 5년 만인 1995년 사직하고 변호사 업무를 하다가 2001년 법관으로 다시 임명됐다. 약 6년간 변호사로 일하는 동안 민변에 가입해 회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법원도서관장으로 재직하던 2018년 김명수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법관에 임명됐다. 임기는 오는 2024년 8월까지다. 하급심 판사 시절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 가입해 회원으로 활동한 경력 때문에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등 야권으로부터 ‘코드 인사’ 공세에 시달렸다.
노 대법관은 2017년 8월 서울고법 민사합의부 재판장 시절 “어머니의 성으로 바꾼 자녀도 어머니가 소속된 종중의 종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자녀가 부모의 양계혈통을 잇는 존재라는 사실은 자연스럽고 과학적”이라며 “종원의 자격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헌법상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법칙, 부성주의 및 성불변의 원칙을 완화한 민법의 규정과 개정 취지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는 앞서 양성평등과 법률에 관한 문제를 연구하는 젠더법연구회의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대법관 후보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항거불능일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어야만 강간죄를 인정해온 과거 판례를 바꾸기 위해 강간죄 성립 요건인 ‘폭행·협박’의 개념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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