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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통합 ‘개문발차’… 창당까진 ‘산 넘어 산’ [뉴스분석]

입력 : 2020-01-09 18:38:24 수정 : 2020-01-09 20: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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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새보수당 ‘통추위’ 구성 합의 / 대통합·혁신 추구… 위원장에 박형준 / “文정권 반대 모든 세력들 참여 담아 / 탄핵문제, 총선 승리 장애 돼선 안 돼” / 안형환 “보수재건 3원칙 양당 동의” / 새보수 ‘黃 대표 합의 준수’ 전제 제시 / 공천권 조율·힘겨루기 등 극복 과제

올 총선의 최대 변수인 보수 통합의 시동이 걸렸다.

범보수 진영의 정당과 시민단체들은 9일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참여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재오(가운데) 국민통합연대 창립준비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도·보수대통합 제2차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중도·보수 대통합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의했다. 통추위 위원장은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박형준 정치플랫폼 ‘자유와공화’ 공동의장이 맡기로 했다.

국회 사무총장 시절 박형준 통합추진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연석회의는 “대통합의 정신을 담고 실천할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 “더 이상 탄핵 문제가 총선 승리에 장애가 돼선 안 된다”는 데 합의했다. 안형환 국민통합연대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이 제시한 ‘보수재건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 보수로 가자, 새집을 짓자)을 한국당이 수용했는지에 대해 “양당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도·보수대통합 제2차 정당·시민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병국 새로운 보수당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도·보수대통합 제2차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당에서는 이양수 의원이 황 대표의 전권을 위임받아 이에 동의했고, 새보수당에서는 정병국 의원이 대표로 참여해 동의했다는 설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우리공화당은 통추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정계복귀를 선언한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과의 통합에 대해서는 “(오늘) 논의는 안 됐지만 문재인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의 대통합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보수 빅텐트’를 향한 통합열차이지만 사실상 개문발차다. 통합 논의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우선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새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3원칙에 대해서 한국당이 흔들리지 않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해 최소한 당대표의 공개적인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이 필요한 지점이다. 황 대표는 보수 진영의 통합 요구와 당 안팎의 친박근혜 세력의 압박 사이에 갇혀있다.

 

경기대 박상철 교수(정치전문대학원)는 “통합 협상이 되려면 강력한 리더십과 YS(김영삼)와 DJ(김대중)같이 확실하게 대표성을 띤 당사자끼리 만나야 한다”면서 “먼저 당 내에서 확실한 방향을 정해놓고 시작해야 하는데, 황 대표는 되려 통합을 당 내 리더십 문제의 돌파구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합 과정에서의 내부 힘겨루기 등 다른 난제도 여전하다.

박 교수는 “논의에 참여하는 국민통합연대는 친이(친이명박)계 세력으로 이뤄져 있어, 한국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와 굉장히 심한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황 대표가 3원칙 수용 결단을 내리면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모여서 신당을 창당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보수 통합이 여기까지 진전되면 정계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의원이 합류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 안 전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정치 이대로 좋은가?’ 미래정책 토론회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정치권의) 전면적인 세대교체와 개혁으로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쉬운 결단은 아니다.

 

탄핵 과정의 앙금이 남아있는 데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 등 기득권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은 3원칙 수용 시 지분·공천권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개혁보수 신당으로 방향이 잡히면 친박계 입지는 급격히 약화할 수밖에 없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결국 한국당이 공천권을 어느 정도 내놓을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그게 생각보다 조율이 쉽지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을 위한 사전 작업인 당협위원장 총사퇴를 의결하는 등 총선 채비에 속도를 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탈당한 조해진·류성걸 전 의원, 안상수 전 창원시장 등 24명의 재입당도 받아들였다. 이는 보수대통합을 위한 행보라는 것이 한국당의 설명이다.

 

장혜진·이창훈·곽은산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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