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가 오는 4월 총선 예비후보자 적격심사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전·현직 의원들을 대거 ‘적격’ 판정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당 검증위가 예비후보자에 대한 도덕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규정한 관련 당규와는 배치되는 결론이다. 전·현직 의원 1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검증위 2차 공모 심사는 현재까지 160명이 관문을 통과했고, 7명은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는 심사가 진행 중이다.
‘대국민 사기극의 주연 윤지오, 조연 안민석.’
지난해 6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궜던 항의글 중 일부다. 안 의원은 당시 고 장자연씨 성접대 의혹의 유일한 증언자를 자처하고 나선 배우 윤지오씨를 위해 ‘윤지오와 함께하는 의원 모임’을 결성하는 등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그러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윤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안 의원은 이에 “윤지오를 도운 것이 국민들의 판단을 흐렸다고 믿지 않는다”며 논란을 키운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아 국민적 공분을 샀다. 안 의원은 이런 논란에도 검증위 심사를 단번에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버닝썬 사건’의 최초 고발자 김상교씨가 “진보단체 인사가 버닝썬을 ‘제2의 국정농단 사태’로 키우자고 강요했다”고 말한 당사자로 지목된 바 있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오산시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상을 갖춘 병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의 공청회에서 “(만약 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소송을 걸면) 그 병원장은 일개 의사로서 감당할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말해 ‘막말 논란’을 자초했다.
김정호 의원은 2018년 12월 김포공항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고함을 지르고 욕을 하는 등 고압적 언행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이훈 의원은 최근까지 ‘치정’ 문제로 인한 투서로 곤욕을 치러 추가 심사 대상자에 포함됐지만, 검증위의 현장조사 끝에 구제됐다. 서울 영등포구을에 출사표를 던진 김민석 전 의원은 과거 서울시장 출마 당시 회계처리 누락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문제가 됐지만 관문을 통과했다.
자유한국당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말과 행동이 다른 민주당의 오만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검증위 간사인 진성준 전 의원은 “검증과 공천 과정은 별개다. 정무적인 판단은 공천관리위원회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검증위는 지난 2∼6일 3차 공모 기간에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80명을 심사해 이 중 64명에게 적격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규를 위반하고 선관위에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2명에 대한 비상징계권 발동을 최고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한편 민주당이 총선 대비 의무교육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정치 신인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민주당은 지난달부터 예비후보자들에게 막말과 선거법 위반 등을 차단하려는 취지에서 사전 교육을 하고 있는데 전·현직 국회의원은 당일치기 교육만 소화하는 반면 지역에서 얼굴을 알리기 바쁜 정치 신인들은 1박2일 합숙 교육을 의무화했다.
안병수·곽은산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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