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르면 이번주 안에 서울 종로 선거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할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이 총리는 최근 종로구 한 아파트 전세계약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총리 비서실 관계자들이 우선 총리실에서 나와 21대 총선을 준비하는 작업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선발대 핵심인사로는 남평오 총리실 민정실장 등이다. 남 실장은 이 총리가 전남지사였던 2016년 당시 전남서울사무소장 등을 역임했다.
이 총리의 총선 행보가 빨라진 것은 설 연휴 때문이다. 지역구 명절 인사를 다니려면 늦어도 다음주 안에는 예비후보로 등록해야 지역구 유세가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위원회는 15일 회의를 열고 첫 전략지역구 선정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정세균 차기 총리가 떠난 종로는 전략지역구로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이 총리도 이런 일정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총리직에서 내려오자마자 총선 후보 등록을 하는 게 다소 급해 보이는 인상을 주긴 하지만 선점 효과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내부적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당에서도 이 총리의 종로 출마로 교통정리가 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 총리는 종로 출마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면서 “비례대표 순번을 준 뒤 전국 유세를 도는 것도 고려됐지만 종로에 출마하면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그 자체가 상당히 큰 효과를 낼 수 있고, 이 총리와 당에 모두 윈윈이라는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총리가 출마선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게 ‘종로에서 정면승부를 하자’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치1번지인 종로는 벌써부터 이 총리와 황 대표의 ‘빅매치’ 장소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당은 황 대표의 종로 출마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 1996년 15대 총선 이후 종로 선거(재보궐)는 8번 치러졌는데 한국당 계열(신한국당·한나라당)은 5번을 이겼다. 보수세도 만만치 않은 곳이지만 2012년(19대)과 2016년(20대) 선거에서는 각각 민주통합당, 더불어민주당 간판으로 나온 정세균 의원이 연승했다. 그런 만큼 황 대표가 종로에서 이 총리와 맞붙게 되면 종로에 발이 묶이게 된다. 전국적인 지원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당 내에서는 황 대표가 용산이나 강남에 출마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럴 경우 영남권 중진들의 험지 출마를 독려해온 황 대표의 목소리가 퇴색될 수 있다. 종로는 대통령을 2명(이명박, 노무현)이나 배출한 지역구여서 대선 주자 선호도 선두권을 달리는 황 대표로서도 쉽게 포기하기 힘든 곳이다. 이 총리의 종로 출마가 굳어진 만큼 황 대표도 조만간 종로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천 심사 체제에 돌입했다. 당내 인사로는 부위원장인 윤호중 사무총장·백혜련 의원을 비롯해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 전혜숙 의원, 박해철 전국노동위원장, 전용기 전국대학생위원장, 신명 전 의원이 포함됐다. 지난 6일 발표한 원혜영 위원장까지 포함하면 당내 인사는 총 8명이다. 외부 인사로는 조병래 전 동아일보 기자, 참여연대 출신의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오재일 5·18기념재단 이사장, 윤영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심재명 명필름 대표, 변호사인 이혜정·원민경씨, 치과의사인 이현정씨, 프로바둑기사인 이다혜씨, 총선기획단 위원으로 활동한 유튜버 황희두씨 등 10명이 이름을 올렸다. 위원 중 여성은 9명, 청년은 4명이다. 공관위는 14일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