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적 자리인 기자회견에서 사인(私人)이자 범법 혐의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한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PK친문 이익의 대변인으로 발언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도 공적 업무를 팽개치고 PK친문 이익과 생존을 위한 사적 업무 영역에 치중하고 있다며 최근 청와대의 '조국 전 가족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는지 가려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가 회수한 사건을 꼬집었다.
◆ "조국이 고초? 범법자에게 당연히 따르는 대가인데...빚은 조국이 국민에게 져"
진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14일 문 대통령 신념 기자회견 내용 중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에 빚을 졌다"고 한 부문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는 절대로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조 전장관이 겼었다는 '고초'는 법을 어긴 자들에게 당연히 따르는 대가로, 그만이 아니라 법을 어긴 모든 이들이 마땅히 치러야 할 고초"임을 지적했다.
이어 "법을 어긴 이가 대가를 치렀는데, 국민들이 왜 그에게 ‘마음의 빚’을 져야 하는가? 빚은 외려 그가 국민에게 진 것"이라고 문 대통령 발언이 틀렸다고 했다.
◆ 대통령은 공인, 조국에 빚졌다면 공적 자리가 아닌 사적으로 전화 걸어...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공화국’의 대통령은 '마음의 빚을 졌다'는 말의 주어가 될 수 없다. 공화국의 통치는 ‘공적 사안’이어야 하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적으로 '마음의 빚을 졌다'고 느낄 수 있지만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 ‘사인’이 아니라 ‘공인’의 자격으로 나온 것이기에 거기서 사적 감정을 술회하면 안 된다"면서 "공식석상에서 그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말하는 순간 대통령은 ‘공적 사안’(res publica)이어야 할 공화국의 업무를 ‘사적 사안’(res privata)으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진 전 교수는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에게) '마음에 빚을 졌다'는 얘기는 사적으로 전화를 걸어서 했어야 했다"고 조언(?)했다.
◆ 마음의 빚?, '우리 사회가 조국에 못할 짓 했다'인데...대통령 스스로 국가기관 정당성 부정
진 전 교수는 "마음의 빚을 졌다는 말에는 ‘우리 사회가 그에게 못할 짓을 했다’는 뜻을 함축한다. 조국 일가를 조사하고 기소한 것은 대한민국 헌법기관인 검찰로, 그 기관의 최종 책임자 역시 대통령인데 '마음의 빚을 졌다'고 말함으로써 대통령 스스로 자신이 책임진 국가행정의 정당성을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공화국의 대통령이라면 사적 감정으로 공적 정의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공적 정의를 세우기 위해 사적 감정을 버려야 한다"고 역설한 그는 "그게 공직을 맡는 것의 의미로 하다못해 지방대에서 교수질 제대로 하는 데에도 공과 사의 구별은 필요하다"고 비틀었다.
◆ 법을 지킨 검찰총장 옹호해야지, 조국 옹호는 친구의 자세이지 대통령 자세는 아냐
진 전 교수는 "법을 지킨 것은 현직 검찰총장이고, 법을 어긴 것은 전직 법무장관으로 친구의 불법에는 '마음의 빚'을 느낀다는 대통령이 그 불법을 적발한 검찰의 행의는 '초법적'이라 불불러 공적 업무여야 할 국정을 완전히 사적 업무로 전락시켰다"며 "이는 ‘친구’의 자세일지는 몰라도(꼭 그런 것도 아니지만), 결코 좋은 ‘대통령’의 자세는 아니다"고 했다.
같은 의미에서 "대통령이라면 공적인 자리에서는 검찰총장을 옹호해야 하는데 기자회견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준 태도는 절대 ‘공화국’의 수장이 그것이 아니었다"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 문 대통령, PK친문 이익 대변인처럼 발언· 靑은 공적업무 팽개쳐
진 전 교수는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대표자가 아니라, 자기 관리에 실패한 어느 위선자의 ‘친구’, 그 친구가 속한 계파(PK친문)의 이익의 대변인으로 발언했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그 분의 윤리의식과 판단능력이 과연 공직을 맡기에 적합한가?’, 근본적 회의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는 점을 알린 그는 "청와대의 운영은 이미 공적 업무(res publica)에서 PK 친문의 이권을 보호해주고 그들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사적 업무(res privata)로 전락하는 등 정말로 심각한 문제인데 정부도, 여당도, 지지자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다"고 개탄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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