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일선 검사 의견을 받아들여 법무부 직제개편안에 반대의견을 내면서 현 정부와 검찰 간 대립구도가 다시 연출되고 있다. 검찰 반대의 표면적 이유는 수사 전문성 상실이지만, 현 정부를 겨냥한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법무부는 검찰 직접수사 축소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검찰 반발을 정면돌파하려는 모양새다. 다음 주로 예상되는 중간간부급 보직 인사 이후 양측 충돌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선 검사 ‘전문성’ 이유로 직제개편안 반대
대검찰청은 16일 법무부의 직접수사부서 13곳 축소·조정에 반대한 이유를 ‘수사 공백’에서 찾았다. 축소·조정 대상이 된 직접수사부서 대부분이 전문 분야를 다루는 부서라서 대체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법무부 직제개편안에는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수사부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등 전담범죄 수사부를 폐지하거나 다른 부서로 전환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4부도 직제개편안에 따르면 공판부로 전환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반대가 단순히 전문성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부서들이 조정 대상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는 각각 조국 일가 비위 의혹과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조직이 축소되면 수사 차질은 불가피하다.
직제개편안 통과 시 현재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윤석열 총장 측근들이 대거 좌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검찰 인사 규정은 검사의 최소 보직기간을 1년으로 뒀지만 조직이 개편되면 예외적으로 전보가 가능하다. 비특수부 부장검사는 “법무부에서 촉박한 시간을 두고 직제개편을 하면서 밀어붙이고 있다”며 “정부는 말로는 인권보호, 공소유지를 외치지만 검찰의 사정기능이 자신들에게 집중되니까 (수사부서를) 없애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의 직제개편안 반대가 궁색하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이 인권과 민생을 위한 조직의 개선을 외면하면서 법무부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하는 칼을 들어 형사·공판부 확대를 추진하게끔 검찰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은 “검찰은 전통적, 세계적으로 수사해 온 것을 기소할지 판단하고 공판에 참여하는 역할을 한다”며 “한국 검찰이 먼저 기소권과 수사권을 전부 가지고 있으면서 일으켰던 많은 문제를 반성하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법무부 안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검은 이날 법무부 직제개편안 중 비직제 형사부 64개를 정식 직제화해 형사부 검사인원을 늘리는 안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법무부 그대로 밀어붙일 듯… 양측 갈등 심화 불가피
법무부는 이날 대검 의견에 원론적 반응을 보였다. 직제개편안에 대한 검찰의 반대 의견을 법무부가 ‘의견’으로만 듣고 기존 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확고한 상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선정한 ‘2019년 우수검사’들과 함께 한 점심 자리에서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고 국민 인권 및 실생활에 직접 관련된 민생사건 수사 및 공소유지에 보다 집중하는 방향으로 역량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추 장관은 변호인 참여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검찰사건사무규칙 개정안이 1월 중 시행 예정이므로 검찰 수사과정에서 변호인 변론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했다.
검찰의 특수팀 구성 전 법무부의 사전승인을 받는 안에 대해서도 대검이 반대했지만, 이 역시 원안대로 갈 공산이 크다. 직제개편안과 사전승인안 모두 국무회의 의결로 개정하는데, 두 안건이 한꺼번에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는 아울러 직제개편안 통과 이후로 예상되는 중간간부급 인사를 위한 작업에도 착수한 상태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6시까지 법무부 통일법무과장, 인권조사과장, 대검 감찰과장 등 부장검사급 15자리에 대한 내부공모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법무부는 또 현재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법무부 대변인실을 서초동 검찰청사에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과 검찰 직제개편 등을 둘러싼 최근 검찰과의 대립을 계기로, 정책 홍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청윤·이도형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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