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등 23일로 예정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도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검찰이 백 전 비서관을 기소키로 한 것은 친문 핵심인사들이 2017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시키기 위한 ‘유재수 구명 청탁’ 활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고 보고 있어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조만간 백 전 비서관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의 공범으로 기소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백 전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도 공범으로 봐야 할지 피해자로 볼지를 두고 막판 고심 중이다. 검찰은 그러나 유 전 부시장의 구명운동을 한 김경수 경남지사 등 청와대 감찰라인이 아닌 외부 인사들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해당 감찰의 총책임자였던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겼다.
지난 20일 공개된 검찰의 관련 공소장에는 당시 친문 인사들이 ‘유 전 부시장을 봐 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조 전 장관에게 직간접적으로 개진한 점이 적시됐다.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조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 공소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검사의 공소사실이 사실임을 전제로 한 보도가 계속되고 있는데, 공소내용은 사실관계와 부합하지 않는다”며 “법리적으로도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사건 핵심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부하 직원인 특감반원의 권한을 침해하였다는 것인데, 이 권한이 인정되지 않으면 수사 전체는 ‘사상누각’”이라면서 “잘못된 전제하에 진행된 무리한 수사”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유재수씨가 억울하니 당사자 사정을 청취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상황 점검을 한 뒤 이를 조 전 장관에게 보고했고, 조 전 장관은 상황 보고 후에도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에게 감찰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유씨가 감찰에 불응하고 잠적해 강제수사권이 없는 특별감찰관의 감찰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무부가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를 골자로 하는 직제개편을 단행하면서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던 검찰개혁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수사 관점에서는 법무부가 현 정권을 수사한 검사들을 사실상 좌천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특별수사단 사전 승인제도 도입으로 ‘살아있는 권력’을 겨눌 검찰의 칼날도 무디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검찰의 직제개편’과 ‘특수단 설치 전 사전 승인’ 등을 담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국무회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이 정부가 추진하던 검찰개혁의 틀은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권 보호와 검찰권력 견제라는 대의명분을 얻었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견제라는 관점에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현재 정부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던 고위 검찰 간부들은 모두 좌천됐고 이제 실무진인 차·부장급 검사들도 지방으로 밀려날 상황이다.
이번 정부에서 만든 ‘검찰인사규정’ 11조에 따르면 지방검찰청의 차장검사와 부장검사는 1년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다. 검사들이 외부 압력 없이 수사하라는 의미 등을 담아 필수보직 기간을 정해둔 것이다.
하지만 검찰청 기구의 개편이나 직제 및 정원 변경이 있는 경우는 예외다. 직제가 개편됐으니 검찰 인사를 단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법무부는 23일 차·부장급 검사 인사를 예고한 상태다. 직제개편으로 조 전 장관 가족비리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살펴본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동부지검 검사들이 줄줄이 좌천될 가능성이 높다.
정필재·김청윤·박지원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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