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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후 장기기증…미국인 6명에 새 생명 주고 떠난 김유나

입력 : 2020-01-22 17:51:49 수정 : 2020-01-23 05: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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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유나씨의 어머니 이선경(왼쪽)씨와 유나씨의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미국인 킴벌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나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왼쪽 아래는 김유나씨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이 보인다. 뉴시스

 

한국을 찾은 미국인 여성 킴벌리는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처음 만난 한국의 중년 여성 이선경(48)씨와 다정히 껴안았다.

 

이씨는 마치 자신의 딸을 안아보는 듯한 눈길로 반가워하며 킴벌리와 한참을 떨어지지 못했고, 킴벌리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옆에서 딸의 사진을 들고 이 모습을 바라보던 김제박(53)씨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였다.

 

김씨가 들고 있는 사진의 인물은 이미 세상을 떠난 김씨와 이씨의 딸 김유나씨였다.

 

킴벌리는 김유나씨의 장기를 기증받아 새 삶을 살 수 있었다. 18세 때쯤 당뇨 합병증으로 신장 기능이 거의 상실돼 혈액 투석기로 하루하루 연명하던 그는 19세 때 김씨의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았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마련한 만남의 자리에서 따뜻한 사연이 공개되며, 장기 기증자 김유나씨에 대한 관심도 집중됐다.

 

김유나씨는 미국 애리조나에 유학 중이던 4년 전 등굣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았다.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로 심박과 호흡만 이어가고 있는 딸을 바라보던 아버지 김제박(53)씨에게 장기기증 담당 직원이 찾아왔다.

4년 전 뇌사판정을 받은 후 장기기증으로 미국인 6명에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난 김유나씨. SBS ‘비디오머그’ 캡처

 

김제박씨는 마음의 결정을 내린 후 아내 이씨에게 “우리 유나 장기 기증하면 어떨까”라고 물었다. 이씨는 남편에게 “뜻깊게 보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김유나씨는 18세 나이에 미국인 6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났다.

 

김제박씨는 “학교생활 사회생활 다 잘 하고, 한 번도 속 썩이지 않은 딸”이라고 김유나씨를 회상했다.

 

또 “지금 생각해도 후회하지 않는다”며 “훗날 내가 딸을 만나러 가면 ‘아빠 괜찮아. 나 잘 지내고 있었어. 걱정하지 않았어’ 그렇게 얘기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이선경씨는 딸의 장기를 받은 킴벌리에게 “어렵게 회복한 건강 잘 지키고 행복하게 살아달라”고 말했다.

 

김명일 온라인 뉴스 기자 terr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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