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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방해' 논란 피하고 조직 쇄신?… '檢 중간간부 인사' 영향은

입력 : 2020-01-24 06:00:00 수정 : 2020-01-23 22: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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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주요 사건 수사하는 일선 검찰청 물갈이 제한적으로만 단행했다는 평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법무부가 23일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 및 평검사 인사는 올해 초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때와 비교해 대검찰청 의견이 일정 수준에서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비리·감찰무마 의혹,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일선 검찰청에서 책임진 차장검사들은 모두 교체됐지만, 부장검사 이하 실무자는 대부분 유임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들 사건의 수사 및 공소유지에 필요한 동력은 이어갈 수 있는 수준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다음달 3일 자로 단행된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과 평검사 인사는 지난해 7월에 이어 6개월 만에 이뤄졌다. 정기 인사가 아니라 검찰 직제 개편에 따른 인사인데도 규모가 상당히 큰 것으로 평가된다.

 

전국 최대 규모의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지검장 아래 수사 책임자인 1~4차장이 모두 교체됐다. 우리들병원 대출 관련 의혹을 수사한 신자용 1차장,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맡은 신봉수 2차장, 조 전 장관의 가족비리 의혹을 수사한 송경호 3차장 등이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수사를 담당한 서울동부지검의 홍승욱 차장도 자리를 옮기게 됐다.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지휘라인인 대검 공공수사부는 차장·부장검사급 4자리 가운데 3자리가 교체됐다. 임현 공공수사정책관과 김성훈 공안수사지원과장, 이희동 선거수사지원과장이 모두 일선 검찰청으로 전보됐다. 유도윤 노동수사지원과장만 유임됐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에서는 조 전 장관 가족비리·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양석조 선임연구관과 엄희준 수사지휘과장이 교체됐다. 일선청 차장검사급인 양 연구관은 이른바 '상갓집 항명 사건'의 당사자로, 이번에 대전고검 검사로 사실상 좌천됐다.

 

주요 사건 수사와 관련해 '수사력 과잉 집행'이나 '피의사실 공표' 등의 논란이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데 따른 문책 성격이 이번 인사에도 담겨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이들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한동훈 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전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을 대거 전보 조치했던 지난 고위 간부 인사에서 드러난 '물갈이 작업'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몇몇 수사 책임자의 교체 사례를 제외하면 대체로 이번 인사가 고강도 문책보다는 검찰 직제 개편과 맞물린 조직 쇄신형 인사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중간간부 인사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의 형사 1~13부장과 공판 1~5부장 등이 모두 바뀌었다. 직제 개편을 통해 신설된 부서와 간판을 바꾸는 부서 등이 다수 있는 만큼 큰 폭의 인사이동이 뒤따르는 모습이다.

 

법무부는 "직접수사 부서의 축소와 형사부 및 공판부 확대 등 직제 개편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고 전국 212개 부서 중 77개 부서의 직제가 변동됐다"며 "업무에 맞는 역량을 갖춘 부서장 인사를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런 점에 비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주요 사건을 수사하는 일선 검찰청에 대한 물갈이를 제한적으로만 단행했다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중간간부 이하급 인사에서는 '수사방해' 등 논란을 키우지 않고 조직을 쇄신하겠다는 취지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주요 사건 수사팀의 실무 검사들은 이번 인사에서 대부분 잔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이 최근 대검 과장 및 수사팀 실무자 등에 대한 교체 폭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는데, 이런 의견이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 가족비리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고형곤 부장검사가 교체됐지만, 부부장 검사 이하 대부분은 유임됐다.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공공수사2부는 김태은 부장검사를 비롯한 검사 대부분이 그대로 남아 수사를 이어가게 된다.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도 이정섭 부장검사 및 수사팀 대부분이 자리를 유지했다.

 

주요 사건의 수사와 공소유지 실무를 담당할 검사들이 상당수 잔류한 만큼 이번 인사가 남은 수사와 재판에 미칠 영향 역시 예상보다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안 사건의 수사팀을 축소하고 교체해 수사를 방해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오해"라며 "대부분 유임해 기존의 수사 및 공판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무부가 23일 단행한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두고 여야가 극명하게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차질 없는 검찰 개혁을 위한 진용이 마무리된 것"이라며 "'정치검찰'이 '정상검찰'로 확실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실질적 기반이 다져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야당들은 일제히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자유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정권의 검찰 장악이 쿠데타, 막가파 수준"이라며 "'정치검사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 검찰이 '치욕의 역사'를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바른미래당 강신업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인사로 청와대발(發) 3대 의혹 사건의 수사 책임자가 모두 바뀌게 됐다"며 "지난번 검찰 고위간부 인사로 윤 총장의 수족을 쳐낸 데 이어 '살아있는 권력'을 파헤치던 수사팀의 머리를 잘라버린 꼴"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보수당 국회의원 일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헌정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노골적인 사법 방해다. 문재인 정권은 자신들의 비위를 덮는 수단으로 검찰개혁을 변질시키고 법치질서를 뒤흔들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검찰보복인사를 즉각 철회하고 추 장관을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원칙은 검찰 수사에 차질이 있어도 안 되고, 검찰 개혁이 중단되서도 안 되며 검찰 조직에 동요가 있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라며 "추 장관 취임 후 국민들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 문제를 매우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구두논평으로 "정부의 검찰 직제개편과 인사 재배치는 특수부 등 검찰 내부 권력집단화되었던 조직을 견제하고 특권을 폐지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이번 인사로 인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진행 중인 수사에 차질이 없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검찰 인사가 계속될 때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갈등이 부각되고 있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검찰의 독립성과 대통령의 인사권 사이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넘어서서는 안 된다. 장관과 총장의 더 폭넓은 의견조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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