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주심 재판관으로 활약하며 ‘인용’ 결정문을 집필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요즘 법조계에서 인기와 위상이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대검찰청은 5일 검찰 제도 개선 및 개혁 등을 논의하고 자문하는 ‘검찰인권위원회’를 발족하며 강 전 재판관을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강 전 재판관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며 “검찰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위원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고견을 청했다.
이에 강 전 재판관은 “검찰이 눈부신 발전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국민들이 검찰이나 사법부에 대해 아쉬운 점, 불편한 점을 호소하고 있다”며 “그런 부분들을 열심히 연구해서 검찰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검찰인권위는 검찰 제도 개선 및 개혁 등을 논의하는 것 외에 대검찰청에 꾸려진 ‘검찰개혁추진단’에 자문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검찰개혁추진단은 지난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에 따라 개정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아래의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을 감안해 검찰의 새로운 업무 시스템을 준비하는 작업을 하는 곳이다.
강 전 재판관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과 관련해서도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법률 준수 여부를 감시할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를 출범시켰는데, 이 준법감시위가 과연 실효성 있는 기구인지 검증하는 작업이 그것이다.
시민단체와 노동계 등에서 “준법감시위가 제 역할을 할지 의심스럽다”는 의문을 제기함에 따라 이 부회장 사건 담당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 3명을 참여시켜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재판에서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 심리위원으로 재판부는 강 전 재판관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강 전 재판관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1985년부터 30년 가까이 판사로 재직하며 법원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12년 헌법재판관에 취임했다. 6년 임기 동안 옛 통진당 위헌정당해산심판 사건, 간통죄 위헌 사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등 굵직한 사건 심리에 참여했다.
특히 탄핵심판 사건에선 주심 재판관 역할을 맡아 동료 재판관들과 수시로 의견을 나누고 토론한 끝에 결정문을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구절로 유명한 바로 그 결정문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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