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옥살이 죄송” 이춘재 8차사건 재심 재판부, 윤씨에 사과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3)씨가 재심 청구서를 들고 지난해 11월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재판부가 재심을 청구한 윤모(53)씨에게 사과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병찬)는 6일 윤씨의 살인, 강간치사 혐의에 대한 재심 공판 준비기일에서 “윤씨가 잘못된 재판으로 억울하게 장기간 구금된 것에 대해 법원 판사로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죄송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쟁점은 검찰이 제출한 기록을 토대로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지인데, 검찰에서 피고인이 무죄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록을 제출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 없이 동의한다면 윤씨는 무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화성 8차 사건’ 범행을 자백한 이춘재. 연합뉴스

이날 검찰은 윤씨의 재심 청구 이후인 지난해 11월 이춘재 8차 사건 재조사 결과 “이춘재의 진술이 자발적이었고 신빙성이 높다”며 “윤씨 변호인 측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윤씨 공동변호인단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은 윤씨의 무죄 선고만큼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씨 변호인 측은 “당시 (윤씨를 유죄로 판단한) 증거로 제출된 문제점을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당시 수사 관계자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의 반론권을 보장한 상태에서 실질 심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공판준비기일이 끝난 뒤 윤씨는 재판부의 사과와 관련해 “30년 전 당시 판사들의 얼굴은 보지도 못했다. 그들의 사과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춘재 8차사건은 1988년 9월17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양(당시 13세)이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범인으로 특정된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그는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오는 2월19일 2차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있다.

정은나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