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되고 있다. 심지어 모든 물건을 인터넷으로 배송 받고 바깥출입을 일절 하지 않는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영화 ‘컨테이젼’은 감염병의 확산 과정과 사회적 파장을 마치 지금의 현실을 눈으로 보듯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다. 영화의 캐치프레이즈도 “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누구도 만나지 마라!”라며 공포감을 자극한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이 영화에서 자기 안전을 최우선시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이 바이러스 확산의 공포에 어떻게 다양하게 반응하는가를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출장을 마치고, 공항에서 갈아탈 비행기를 기다리는 베스(귀네스 팰트로)가 기침 증세를 보이면서 시작한다. 집에 돌아와 아들을 안아본 그녀는 잠시 후 입에 거품을 문 채 바로 쓰러진다. 아내와의 접촉으로 아들마저 같은 증상을 보이며 사망한다. 아내와 아들의 사망에다, 바이러스 확산 경로 추적으로 아내의 불륜까지 알게 된 토머스(맷 데이먼)의 고통은 더해진다.
영화는 바이러스가 일상생활의 접촉으로 전 세계에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치버 박사(로런스 피시번)는 전문가인 미어스 박사(케이트 윈즐릿)를 감염현장으로 급파하고 세계보건기구의 오란테스 박사(마리옹 코티아르)는 최초 발병경로를 조사한다. 이런 혼란 가운데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앨런(주드 로)까지 등장한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도시가 폐쇄되자 생필품 부족으로 도둑들과 살인자들이 늘어나 무법천지가 된다. 한편으로 동물실험으로는 백신 개발이 늦어지므로 자신이 마루타가 돼 스스로 백신 주사를 놓아 백신 개발을 하는 연구원 앨리(제니퍼 엘) 같은 헌신적인 사람도 나타난다. 영화는 엔딩에 가서야 돼지 축사 천장에 박쥐들이 날아와 최초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기침은 새 숙주들을 퍼뜨리고자 하는 바이러스의 영리한 진화론적 전략이라고 하였다. 지금도 질병들의 진화는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 몸을 매개로 공략하고 있다. ‘컨테이젼’에서 보여준 치안 부재의 극단적 상황은 바이러스에 인간이 휘말린 결과인 것이다. 우리도 바이러스에 대한 지나친 공포심 대신 그 특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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