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특히 많은 사람이 모이는 스포츠 이벤트들을 속속 중단시키며 아시아 스포츠를 폐허로 만드는 중이다. 여기에 유럽, 미국 등까지 확산 속도가 빨라지더니 급기야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한창 진행 중인 16강전이 끝내 관중 없이 치러지게 된 것. 해당 경기는 이강인의 소속팀인 스페인 라 리가의 발렌시아와 이탈리아 세리에A의 아탈란타가 오는 11일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에서 치를 UCL 16강 2차전이다. 다수의 스페인 현지 매체들은 4일 “스페인 정부와 스페인축구협회의 회의 결과 발렌시아와 아탈란타의 경기는 무관중 경기로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언제나 경기장이 꽉꽉 들어차곤 했던 UCL에 낯선 풍경을 만들고야 말았다.
이번 결정은 지난달 20일 1차전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원정응원을 떠난 발렌시아팬과 스페인 취재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이 경기에서 아탈란타가 4-1 대승을 거두며 이탈리아팬들의 원정응원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가운데 2300여장에 달하는 2차전 원정 티켓이 매진되며 스페인 현지에서는 방역에 비상이 걸렸고, 결국 국가 간 감염을 우려한 스페인 정부의 주도하에 2차전이 무관중 경기로 전환됐다.
무관중 경기는 이뿐이 아니다. 스페인 정부는 유럽축구연맹(UEFA)에 오는 19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나폴리와의 UCL 16강 2차전을 무관중 경기로 개최할 것도 요청했다.
또한 18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릴 유벤투스와 리옹의 16강 2차전도 무관중 경기로의 전환이 거론되는 중이다. 최근 코로나19가 이탈리아 북부지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UCL 16강에 이들 지역을 연고로 팀이 세 곳이나 올라 있어 대회 전체가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게 됐다.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지 않는 한 이 충격파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UCL을 비롯한 유럽대항전의 경우 경기를 보기 위해 많게는 수천명의 팬들이 국경을 넘어 현지 응원에 나서기 때문에 자칫 국가 간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탓이다.
마찬가지로 국경을 넘는 응원전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유럽 내 A매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오는 6월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빌바오를 비롯한 유럽 12개 도시에서 유로2020의 분산 개최가 예정된 상태라 우려가 더욱 크다.
UEFA가 지난 3일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유로2020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우려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도 4일 “가능한 한 개최 취소가 안 되길 바라고 있다”면서도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고려하고 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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