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다 구해놨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잠도 못 자고 있습니다.”
일본의 한 기업에 입사를 앞둔 이모(25)씨는 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생 끝에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입사가 확정된 이씨는 비자 발급 절차를 거쳐 다음 주 출국 예정이었지만 일본 정부가 갑작스레 입국 제한을 강화하면서 입사가 불투명해졌다. 그는 “어디에 연락을 해봐도 기다려봐야 한다는 말만 돌아왔다”면서 “일본이 좋아서가 아니라 취업이 힘들어서 일본행을 택했는데 이런 상황까지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입국 제한을 강화하면서 일본 기업 입사 예정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일본 정부는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기존 비자의 효력을 정지하고, 비자가 없는 한국인은 입국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여기에 일본 비자 신청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 이씨와 같은 이들이 비자를 발급받아 일본에 입국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대사관 관계자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신규 비자 발급이 불가능하다”면서 “이후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비자 발급 신청이 가장 많을 시기라 피해는 더 클 전망이다. 대부분 일본 기업의 입사일이 다음 달 1일이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 입사 예정자들 가운데 이씨처럼 언제 입사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거나 심지어는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존 취업비자의 효력이 정지돼 비자를 미리 받아뒀더라도 일본에서 재류카드(외국인등록증)를 발급받기 전이라면 일본 입국이 불가능하다. 일본의 한 외국계 대기업 입사 예정자 전혜리(25)씨는 “계약서에 비자로 인해 문제가 생길 경우 입사일을 다시 합의한다는 항목이 있어 다행히 입사 취소는 면했다”면서도 “관광이나 호텔업계 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재정난으로 입사 취소를 당한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역시 일본의 무비자 입국을 중지하고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일본 기업 입사 예정자나 취업준비생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까 우려하고 있다. 3년째 일본 취업을 준비 중인 조진우(25)씨는 “지난해부터 공채나 취업 박람회가 많이 취소돼서 힘들었는데 이제 외교 단절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라면서 “정부 정책에 따라 취업준비생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일본으로부터 비자 발급 중단 통보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신규 비자를 받아 일본에 입국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요하다면 해당 부서에서 조치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