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함경남도 선덕비행장 일대에서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또다시 쏜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다양한 종류의 방사포 성능시험의 일환으로 보인다. 물론 지난 2일과 마찬가지로 미국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는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며 군사훈련을 핑계로 ‘저강도’ 도발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신형무기 개발은 자위력 확보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사회 비난을 차단하려는 메시지로도 읽혀진다.
◆군 당국 “여러 종류 방사포 정확도 키우는 시험중”
이날 우리 군에 포착된 것은 최대 비행거리 200㎞, 최대 고도 50㎞로 탐지된 3발의 단거리 발사체였다. 3발이 어떤 종류인지 특정하지 않았지만 “동일한 탄도 특성을 보인다”고 군은 설명했다. 발사체에는 직경 600㎜ 초대형 방사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작년 8월24일과 9월10일, 10월31일과 11월28일에 이어 지난 2일에도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다. 군 당국은 이번 발사의 목표를 초대형 방사포의 정확성을 높이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발사 간격은 지난 2일과 마찬가지로 20초였다. 다만 첫째와 두번째는 20초 간격인 반면, 세번째는 1분여 뒤에 쐈다는 점이 주목된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분석관은 “지난 2일에 20초 간격으로 2발 연달아 쐈다면, 이번에는 3발 연발을 시험해본 것으로 보인다”며 “세번째 발사에 시간이 걸린 것은 표적확인이나 이동식발사대(TEL)의 발사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TEL에 탑재된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는 4개의 발사관으로 구성되는데, 왜 군 탐지자산에는 3발만 포착됐는지 남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CNN은 이번 발사체를 4발이라고 보도했다. 만약 북한이 4발을 동시에 쐈다면 1발은 실패했을 수도 있다.
이번 북한군의 훈련에서는 초대형 방사포 외에 다른 종류의 방사포(다연장 로켓포)도 동원된 것으로 관측됐다. 240㎜ 방사포나 300㎜ 방사포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실제사격 때 여러 탄종을 섞어 쏘면 탐지되더라도 발사된 탄의 종류 분석이 어렵고, 요격 또한 쉽지 않다. 북한이 노리는 다종의 방사포 발사시험의 최종 목표일 수 있다.
◆신형무기 개발은 자위력 확보 차원
지난 2일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발사 시점은 월요일이다. 현지시간으로 휴일인 미국 워싱턴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미 간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며 저강도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북한은 지난달 28일 인민군 부대 합동타격훈련, 이달 2일 인민군 장거리포병구분대 화력타격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이날 다시 합동타격훈련기간에 방사포를 쐈지만 이전과 달리 단거리 미사일이나 발사체 발사를 훈련의 범주에 끼워넣은 모습이다. 발사의 의미를 부각시키기보다 오히려 줄이려 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3월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 연기된 것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독일·영국·프랑스·벨기에·에스토니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유럽지역 5개국이 지난 5일(현지시간) 초대형 방사포 발사에 대해 안보리 결의에 위반된다는 규탄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한 반발도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위한 신형무기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일관된 제스처”라며 “한국이든, 국제사회든 억지 비판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군사적으로 정면돌파전의 원칙과 방향하에서 내부적으로는 안보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됨을 보여주고, 대외적으로는 군사훈련은 자위적 방어훈련으로서 국제사회의 비판 대상이 되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앞서 지난 7일 담화에서 “방사포병의 통상적인 훈련마저도 규탄의 대상이고 그 무슨 결의 위반으로 된다면 우리더러 눈앞에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군사력은 무엇으로 견제하며 우리 국가는 어떻게 지키라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도발이 아닌 정당방위 훈련이라는 논조다.
박병진·홍주형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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