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일(현지시간) 1000명을 돌파한 가운데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코로나19 우려로 유세를 전격 취소하면서 대선 일정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서는 7∼8월에 이어지는 양당 전당대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CNN방송 등은 미시간주 등 6개 주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미니 슈퍼화요일’인 이날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저녁에 예정된 유세를 각각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샌더스 캠프가 먼저 이날 성명을 내고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헌팅턴컨벤션센터 유세를 취소했다. 오하이오주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대규모 실내 행사를 여는 데 대한 우려를 표명한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든 캠프도 클리블랜드의 쿠야호가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예정된 저녁 유세를 취소했다. 바이든 캠프도 당국의 지침 및 예방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오하이오주 민주당 대선 경선은 오는 17일이다.
이날 총 362명의 대의원이 할당된 6개 주 경선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일찌감치 4개주 이상 승리를 확정지으면서 대세론을 이어갔다. 먼저 125명의 대의원이 걸려있고 11월 대선에서 승부를 가를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의 하나인 미시간주에서 20%포인트 가량의 득표율 차이로 앞서면서 승기를 잡았다. 특히 4년 전보다 전체 투표율이 크게 증가했는데, 바이든 대세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화당 소속인 미시간주의 마이클 테일러 스털링하이츠 시장은 이날 “트럼프는 미쳤다. 3명의 아이들한테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하기 힘들었다”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스털링하이츠는 미시간 4대 도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36명의 대의원이 할당된 미시시피주에서 득표율 80%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출구조사 결과, 미시시피주 60대이상 흑인의 98%가 바이든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68명의 대의원이 걸린 미주리주에서도 60%이상의 득표율로 샌더스 의원을 앞섰고, 20명의 대의원이 할당된 아이다호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승리했다.
샌더스 의원은 대의원 수 14명으로 이날 6개 경선 주 가운데 가장 적은 노스다코타에서 승리했다.
워싱턴주에서는 두 후보가 끝까지 박빙의 접전을 펼쳤다. 워싱턴주 전체 투표자의 69%가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후보에 표를 주겠다”고 했고, 코로나19 사망자와 확진자가 확산한 영향 때문에 “주요 이슈에 대한 의견이 같은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는 답변은 29%였다. 코로나19 탓에 우편투표가 활성화한 워싱터주에서는 이미 사퇴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각각 10%이상씩을 득표했다. 미 언론은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쉽게 이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000명을 넘어서면서 3일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사망자는 최소 31명으로 늘었다. 특히 전체 주의 절반도 경선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이 유세를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
한편, 미 뉴욕주는 이날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뉴 로셸 지역에 미국 내 처음으로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인근 유대교 예배당, 학교, 커뮤니티 센터 등을 2주간 격리하기로 했다. 유명 TV쇼나 스포츠 경기가 방청객 및 관람객을 배제하고 진행됐고, 수도 워싱턴의 공무원들은 재택근무 돌입에 대비하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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