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단행한 검찰 인사에 문제가 있다며 그의 해임을 요청한 국민청원에 대해 “검찰 인사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답변으로 추 장관의 해임 요구에 선을 그었다. 정권 핵심부를 겨냥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른바 ‘3대 의혹 수사팀’을 해체하지 말아달라는 청원에는 “수사팀 관계자 대부분을 유임했다”고 답변했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린 동영상에서 ‘추미애 법무장관의 해임을 청원합니다’, ‘윤석열 총장의 3대 의혹 수사팀을 해체하지 말라’라는 제목의 청원 2건에 대해 답변했다. 추 장관 해임 청원에는 33만5181명, 윤 총장의 수사팀 관련 청원에는 34만5571명이 각각 참여해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겼다. 이 두 청원은 모두 추 장관이 취임한 뒤 단행한 검찰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 올해 1월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시작으로 법무부의 검찰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추 장관의 해임을 요청한 청원인은 지난달 3일 올린 청원 글에서 추 장관이 현해법을 위반하고 국민 상식과 관례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윤 총 장 취임 후 대규모 인사가 단행된 지 6개월 만에 다시 대규모 인사가 단행돼 통상적인 인사주기를 무시했다는 점 △추 장관의 독단적인 인사 제청과 대통령 재가로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 △정권 실세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수사진 전원을 교체했다는 점 △수사의 의사결정권자들을 친정부 성향의 인물들로 교체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는 점 등 크게 4가지를 이유로 검찰 인사를 비판했다.
이에 강 센터장은 “이번 검찰 인사는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쳤고,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게 의견제출 기회를 충분히 부여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법무부는 현안 사건 수사팀을 유지해 기존 수사 및 공판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며 “능력과 자질, 업무성과 등을 공정하게 평가해 인사를 한 것일 뿐 특정 성향이나 개인적 친분을 이유로 특혜성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강 센터장은 청원인이 “검찰을 법무부 외청이 아닌 독립기관으로 격상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선 “관련 법률 개정을 요하는 사항이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의 수사팀 해체 반대 청원은 지난 1월6일 올라왔다. 청원인은 “역사적으로 검찰의 가장 큰 문제는 사법부가 3권 분립된 주요 기관인데도 불구하고 권력의 시녀 또는 대통령의 충견이 되었던 점이었다“며 “그런데 윤 총장이 부임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굴하지 않고 수사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이어 “대다수 국민들은 환호했고 적극 응원하고 있지만, 대통령과 청와대 실세들이 불편해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새로 임명된) 추 장관이 만약에 ‘3대 부조리 수사팀’을 해체한다면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청원인이 언급한 3대 부조리(의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일가 비리 의혹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등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원인은 당시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 구도 속에 해당 의혹들을 수사 중인 수사팀이 해체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청원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강 센터장은 청원 답변에서 “청원인이 말한 수사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사 진행 경과 등을 고려해 수사팀 관계자를 대부분 유임해 기존 수사와 공판 업무수행에 차질이 없게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인사는 추 장관의 취임을 계기로 조직 쇄신을 도모하고자 실시됐다”며 “인권·민생·법치 중심의 검찰업무 수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검찰개혁 법령 제·개정과 검찰 직접수사부서 축소 등 직제개편에 따른 인사”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정하고 합리적인 검사 인사를 위해 검찰 외부인사 위주로 구성된 검찰인사위의 충분한 심의 절차를 거쳤다”고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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