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미래통합당 의원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의혹으로 공천이 취소되자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 발견된 김원성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에 대해 “적어도 당사자에게 소명할 기회 등 방어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미투의 대상이 드러나지 않는 미투가 어떻게 있을 수 있으며 이렇게 처리하는 게 옳으냐”며 “항상 민주당의 이중성과 위선을 비난하지만 지금 우리가 무엇이 다르냐”고 말했다.
그는 “어제의 사태가 과연 정당했느냐”며 “우리가 외치던 과정의 공정을 회복하고자 하는 정당이 맞는가. 정말 많은 것들이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런 식의 결정이 공당에서 이뤄진다는 게 가능한지,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이 맞는지 모든 것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더는 이래선 안 된다. 나라가 어려워져갈 때 모두가 숨어서 침묵을 지키다가 정작 선거 때가 다가오니 다들 튀어나와 이전투구를 벌이는 정치권의 모습에 신물이 난다”며 “힘들게 버텨왔고 순수한 애국심으로 헌신해 왔던 좋은 사람들이 닳고 닳은 정치꾼들의 음해와 권모술수에 밀려 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보며 과연 이게 정치인가 싶다. 국민들을 더이상 실망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12시40분쯤 경남 양산시의 한 종교시설에서 무사히 발견됐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3시35분쯤 부산 북구 자신의 주거지에서 메모지 3장 분량의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두절됐다.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유서에는 “미투인지 뭔지 모르는 내용이고 설명할 기회조차 없었으니 믿어주면 좋겠다. 주위 분들에게 연락드려 내 원통함을 풀어 달라. 나 찾지 말고 기자회견도 예정대로 해주고 미투 제보자와 당사자 꼭 밝혀줬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가족은 김 최고위원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채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집중 수색을 벌인 끝에 약 9시간 만에 김 최고위원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김 최고위원은 신변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는 지난 19일 부산 북·강서구을에 단수추천된 김 최고위원에 대해 공천 무효를 결정했다. 미투 의혹과 특정지역 폄하 발언 등이 공천 무효 사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 최고위원은 같은 날 부산시의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 번도 본 적 없는 반칙과 음해이자 모략”이라며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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