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를 포함해 여성을 협박하고 불법 성착취물을 촬영·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모씨가 구속됐다. 경찰은 박사방 등 성착취 영상을 공유한 방에 참여했던 회원들을 본격적으로 추적하고 나섰다. 경찰은 이들도 ‘공범’이라는 여론을 안다며 “법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조씨를 구속한 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영상물을 보기 위해 박사방에 참여한 이들의 신상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사방 회원들 역시 단순한 방관자가 아니라 집단 성폭력의 공범이라는 여론을 잘 파악하고 있다”며 “법에 근거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여성은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74명이다. 지난 20일 시작된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국민청원에 동의한 명수는 23일 오후 2시 기준 150만명을 돌파했다.
‘n번방’이란 번호를 붙여 성착취물을 공유한 텔레그램 대화방을 말하는 것으로 박사방도 이 방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졌다. 텔레그램은 해외 온라인 메신저로 높은 보안성이 장점으로 꼽힌다. 일부 여성단체들에 따르면 텔레그램 성 착취물 공유방 60여 곳의 이용자가 총 26만명에 달한다고 본다. 이중 박사방에 참여한 인원은 최대 1만 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성 착취물을 소비한 사람들까지 모두 처벌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조씨는 피해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은 뒤 이를 유료 회원만 들어오는 곳까지 총 세 단계 대화방에 나누어 유포했다. 이 때문에 전체 대화방 참여자 수를 정확히 집계하기가 쉽지 않다.
경찰은 이용자 26만명 안에 방별 중복 회원과 유료 회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본다. 심지어 유료 회원이 암호화폐로 금액을 지불해 신용카드와 휴대전화 결제와 달리 추적이 어려운 점도 수사에 장애 요인이다.
들끓는 여론과 달리 법률적으로는 성착취물 이용자에게 적용할 혐의도 불명확하다. 한 서울 소재 지방법원의 판사는 “이용자들이 불법 음란물 제작이 끝난 상태에서 영상을 보러 들어온 것으로 보이므로 영상물 제작의 공범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해당 영상을 내려받아 다른 사이트 등에 2차로 게재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돈을 내고 음란물을 봤다는 것만으로는 범죄의 구성 요건으로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 변호사는 “법리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면 회원들을 조씨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현행법상 이미 제작된 성인 성착취물을 단순히 소지만 한 경우는 처벌하지 않고,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소지했을 때만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피해 여성의 연령과 무관하게 성착취물을 유포했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 2항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이 해외 메신저이기 때문에 협조 요청 등에 한계가 있어 수사에 애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관련 방이 수시로 없어졌다 생겨나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난이도가 매우 높은 수사”라며 “적용 가능한 법 조항 등을 토대로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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