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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일의혁신리더십] 한화그룹에 일어난 작지만 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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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26 22:45:51 수정 : 2020-03-26 22: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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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중 성과시스템 ‘RSU’ 첫 도입 / 단기 성과 벗어나 장기적 성장 고민해야

지난달 한화그룹에서는 작지만 다른 대기업에 잠재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가 이루어졌다. 한화그룹의 지주사인 ㈜한화가 주요 임원들을 대상으로 성과급을 연말에 현금으로 주는 대신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Restricted Stock Unit)으로 주겠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RSU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미리 협의한 지표를 충족시키면 해당시점에 주식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이번에 ㈜한화에서 실시하기로 한 RSU에 따르면 대표이사급 임원은 10년 뒤인 2030년에, 다른 임원들은 7년 뒤인 2027년에 주식을 제공받게 된다.

RSU는 이미 애플 구글 테슬라 이베이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술정보 기업뿐만 아니라 기업가치가 10억달러가 넘는 스타트업 컴퍼니를 말하는 유니콘 기업들 사이에서 유능한 인재를 스카우트하고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보상방법이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 가운데 RSU를 도입한 곳은 ㈜한화가 처음일 정도로 한국에서는 RSU가 아직도 생소한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화그룹은 왜 실리콘밸리의 혁신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파격적인 성과시스템을 사용하기로 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한화의 주식가치가 지난 3년 사이에 5만원대 초반에서 RSU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2월 초에 2만원대 초반을 기록하며 주가가 반토막이 난 상태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압력이 큰 상태였다.

하지만 한화그룹이 RSU를 실시한 본질적으로 더 중요한 이유는 핵심임원들이 단기성과 중심에서 벗어나 조직의 장기적인 성장과 성과에 초점을 맞춰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조직운영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리더십 강의를 하며 조직을 이끌어가는 임원들에게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시각에서 조직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종종 “내년에 저희가 이 회사에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혹은 “당장 이번 분기 성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장기적인 경쟁력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이야기를 냉소적으로 하는 임원들이 있다.

언뜻 들으면 ‘기업의 임원씩이나 되어서 무슨 이런 무책임한 소리들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들이 직면한 상황을 보자면 이해가 될 듯도 하다. 경영진은 혁신과 변화를 이야기하고 조직의 장기적인 경쟁력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임직원들의 평가방식이 지난 상반기에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내었느냐를 바탕으로 한다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경영방침과 평가보상체계가 일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을 하다 보면 특별히 장기적인 성장과 혁신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이 없는 한 자연스럽게 단기성과에 집착하게 될 수밖에 없다.

요즘같이 경제적 위기가 찾아오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많은 경영자가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게 된다. 하지만 경영의 패러다임이 바뀌길 원한다면 말로만 변화를 외치지 말고 임직원들이 어떤 기준으로 평가와 보상을 받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사람은 결국 의지와 상관없이 평가받는 방식대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시작된 ㈜한화의 성과시스템은 많은 한국기업이 주목해야 할 작지만 의미 있고 큰 변화란 생각을 하게 된다.

정동일 연세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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