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이탈리아의 확산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스페인에서 하루 최대 사망자가 나오는 등 바이러스의 기세가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축구 사랑이 코로나19 확산의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2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스페인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날은 지난달 19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 경기장에서 열린 발렌시아 대 아틀란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였다. 약 3000명의 발렌시아 축구팬들이 스페인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넘어왔고 약 4만명의 이탈리아인이 경기장을 채웠다. 이탈리아인 대부분은 아틀란타의 연고지인 베르가모 인근에서 왔다.
베르가모는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도시다. 조르지오 고리 베르가모 시장은 CNN에 “경기장을 찾은 이들 외에도 그날 밀라노 거리에는 축구를 보려는 인파가 가득했다”면서 “그날 저녁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한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경기 이틀 후 베르가모 근방 코도뇨 지역에서 이탈리아의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이미 코로나19가 이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했다고 지적했다.
스페인에 코로나19 전파가 시작된 것도 이때쯤이다. 밀라노를 방문했던 발렌시아의 축구팬들이 돌아오고 난 며칠 뒤 남동부 발렌시아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CNN은 전했다. 발렌시아 보건당국은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확진자가 6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바이러스 전문가인 프란체스코 레포체는 “바이러스 확산에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당시 축구 경기가 그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때는 몰랐지만 그렇게 수많은 관중이 모여 경기를 관람하게 내버려뒀다는 게 ‘미친 짓’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페인은 29일 사망자가 하루 역대 최대폭인 838명 증가하는 등 30일까지 누적 사망자 수 7300여명을 기록했다. 이날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스페인 코로나19 확진자는 8만5195명으로 중국(8만1470명)을 넘어섰다. 올해 86세인 마리아 테레사 공주가 코로나19 확진 뒤 프랑스에서 투병 중 지난 26일 숨을 거둔 사실도 알려졌다. 전 세계 왕실 인사 가운데 코로나19로 숨진 첫 사례다.
독일은 확진자가 6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토마스 쉐퍼 헤센주 재무장관이 28일 기찻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언론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대한 대처방안을 고민하던 쉐퍼 장관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확진자 2만명을 목전에 둔 영국에서는 의료책임자가 지역 봉쇄조치를 6개월 이상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스웨덴 당국은 이 같은 유럽의 이동제한 조치에 반론을 제기하며 ‘집단면역’ 실험을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집단면역은 감염을 통해 집단 대다수가 면역력을 갖도록 하는 방법이다. 스웨덴 국립보건원 소속 감염병 학자인 안데르스 텡넬은 “봉쇄정책을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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