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주요 피의자인 ‘태평양’ 이모(16)군 사건의 재판장이 오덕식(52) 부장판사에서 박현숙(40) 판사로 30일 교체됐다. 이날 재배당 결정은 “해당 재판을 맡기에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다”는 오 부장판사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여성계와 시민단체 등은 오 부장판사가 n번방 사건을 맡게 된 사실이 알려진 27일 이후 청와대 청원 게시판 등에 오 부장판사의 자격 박탈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오 부장판사가 과거 성범죄 사건에 잇단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는 이유다. 30일 오후 오 부장판사 청와대 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41만여명에 달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이번 재배당 결정에 대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오 부장판사에 대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법조계에서는 실제로 재판장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헤럴드경제는 30일 한 현직 판사의 말을 인용, “검찰이 판사의 과거 전력에 따라 법관 기피 신청을 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인용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과거의 판결을 기준으로 이번에도 불공정할 것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게다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판례상 법관과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 등 객관적인 사정이 드러나 교체되는 경우는 있어도, 판사가 여론의 중심이 되어 그 압박으로 스스로 교체를 요청하는 것은 더 흔치 않다. 한 현직 판사는 30일 중앙일보를 통해 “전례 없는 청와대 청원에 오 부장판사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과 같은 사례가 재판의 독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중앙일보를 통해 “재판장이 요구했고, 또 다른 재판부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으면 된다”며 “이번 결정은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전했다,
한편 오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10기수 후배인 박 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성범죄 전담 재판부를 담당하고 있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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