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13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세월호’ 막말 논란에 휩싸인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를 제명한 가운데 지도부들의 뒤늦은 판단으로 역대 최대 투표율을 기록한 사전투표에서 나온 지역의 보수표들을 모두 사표(死票)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미래통합당의 홈페이지에는 차 후보의 제명에 관련한 글들이 연이어 올랐다. 차 후보의 제명이 논의된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당 자유게시판에는 차 후보의 제명과 관련한 글만 780개가 넘게 올라있는 상태다. 게시 글 중 상당수는 차 후보의 뒤늦은 제명에 반발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지난 10일~11일 사전투표가 진행된 상태에서 당의 뒤늦은 제명으로 유권자들의 소중한 표를 의미 없이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반발도 눈에 띄었다.
자신을 부천병 지역 유권자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어느 누가 내 소중한 한 표를 사표로 만들 권한이 있나”며 “지역민의 이름으로 헌법소원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 제명을 금지할 가처분 소송을 내기 바란다”고 반발했다. 다른 누리꾼도 당 게시판에 “선거 이틀 앞두고 제명시키는 게 말이 되냐”며 “이럴 줄 알았으면 사전투표 때 공화당을 찍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차 후보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긴 한 누리꾼도 “최고위 당신들은 이미 사전투표가 진행된 상태에서 차 후보를 찍은 유권자를 무시하며 우롱하며 사표로 만들었다”며 “보수 유권자 다수를 무시했다”고 분노했다.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차 후보의 계속된 세월호 발언으로 30~40대 표가 빠져갔다는 판세 분석에 대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미래통합당 박형준 총괄선대위원장은 “저희는 (총선 판세가 불리해진 것에 대해) 왜 이런 일이 지난 2주간 벌어졌는지를 되짚어봤는데 여러 이슈가 있었지만 가장 심각한 이슈는 역시 차명진 후보였다”라며 “판세 분석에서도 3040, 중도층이 나가는 현상이 유력하게 나타났다”고 제명 이유를 밝혔다. 차 후보가 지난 10일 총선을 완주할 수 있는 ‘탈당권유’ 조치를 받았지만 세월호 현수막 발언 등 연이어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한 책임론도 나왔다. 황교안 대표는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자제하도록 기회를 줬다”며 “그럼에도 다시 그런 발언을 한 부분에 대해 최고위가 심각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후보는 ‘당적이탈’로 후보 자격이 박탈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11일 사전투표 기간 경기도 부천의 전체 투표자는 14만157명으로 사전투표율은 19.71%를 기록했다. 이는 경기도 전체 사전투표율(23.88%)을 밑도는 수치로 도내에서 가장 낮은 사전투표율이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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