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13개 회원국과 10개 주요 산유국 연대체인 OPEC+가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했으나 국제 유가의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원유 수요가 급감하고 있어 그 정도의 감산으로 유가를 떠받치기가 쉽지 않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동결로 글로벌 원유 소비 감소 규모가 하루 2500만∼3500만 배럴에 달하고, 이는 OPEC+가 합의한 970만 배럴의 3.5배에 달한다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5%(0.35달러) 하락한 22.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올해 초 가격의 절반 정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OPEC+가 크게 합의했고, 이 합의가 미국의 에너지 분야 일자리 수십만개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정유업계에서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서부 텍사스 지역에서만 4만 명가량이 해고될 예정이고, 수십 개의 원유 생산업체가 연쇄 도산의 위기에 몰려 있다고 NYT가 보도했다. 미국의 정유업체는 배럴 당 40달러가 손익분기점이라고 이 신문이 지적했다.
국제 원유 시장에서는 현재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원유 수요가 일시에 급감했으나 공급 규모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씨티은행의 글로벌 상품 책임자인 에드 모스는 “3월 중순에서 5월 말 사이에 10억 배럴이 넘는 대규모 재고가 쌓였고, 원유 감산 합의가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은 OPEC+가 하루 100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한 것이 실제로는 2000만 배럴 감산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OPEC+가 바라보는 숫자가 하루 2000만 배럴 감축”이라며 “세계가 코로나19 이후에 사업을 재개하면 에너지 산업은 현재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다시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외신은 OPEC+에 참여하지 않은 산유국이 감산에 동의하고, 각국의 전략 비축유 구매를 고려하면 실질적 감산량이 하루 2000만 배럴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