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취업자 수 감소폭이 20만명에 육박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 위기가 본격적으로 현실화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휴업·휴직한 경우가 늘면서 일시휴직자도 폭증했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천660만9천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5천명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5월(-24만명) 이후 최대다. 취업자 감소는 201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월(49만2천명 증가)까지만 해도 양호한 모습을 보인 일자리가 결국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4월 지표는 더욱 나빠질 수도 있다.
특히 고용 충격은 대면 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에 집중됐다.
도·소매업(-16만8천명), 숙박·음식점업(-10만9천명), 교육서비스업(-10만명) 등에서 일자리가 크게 사라졌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은 10차 산업분류 개정을 한 2014년 1월 이래 가장큰 폭의 감소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가 2019년 1월(-4만명) 이후 14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숙박·음식점업은 외국인 관광객 감소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을, 교육서비스업은 개학 연기와 학원 휴업 등의 영향을 받았다.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8만2천명)과 운수·창고업(7만1천명)이 증가세를 보였지만 전월보다는 증가세가 둔화했다.
제조업(-2만3천명)도 3개월 만에 다시 감소로 돌아섰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대면 접촉이 많은 업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크게 감소한 반면, 코로나19로 운수·창고업 등 (고용이) 나아진 산업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취약 계층이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
임시근로자가 42만명 줄며 1998년 12월(-44만7천명) 이래 최대폭 감소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때와 버금가는 수준으로 충격이 미친 셈이다.
일용근로자도 17만3천명 감소했다. 상용근로자는 45만9천명 증가했지만 증가폭은 전월(61만6천명)보다 축소됐다.
종업원을 둔 자영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19만5천명 감소했다. 이에 비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2만4천명, 무급가족종사자는 8천명 각각 증가했다.
36시간 이상 취업자가 159만2천명 줄어들었고,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3만6천명 늘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폭증했지만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되는 고용도 사정이 심각했다.
취업자 수에 포함되는 일시휴직자 수가 '역대급'으로 불어났다.
일시휴직자(160만7천명)가 전년 동월보다 126만명(363.4%) 폭증, 증가폭과 규모 모두 1983년 7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무급휴직이 늘고 노인일자리 사업이 연기된 영향으로 통계청은 추정했다.
교육서비스, 보건복지, 공공행정, 숙박음식점 등에서 일시휴직자가 늘었다.
일시휴직자는 통상 취업자로 복귀하지만 고용상황이 악화할 경우 실업자 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정부는 지적했다.
연령별 취업자수 증감을 보면 60세 이상(33만6천명)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감소했다.
20대(-17만6천명), 40대(-12만명), 30대(-10만8천명), 50대(-7만5천명) 등 순으로 줄었다.
청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모습이다. 청년층(15∼29세)은 22만9천명 줄어, 2009년 1월(-26만2천명) 이후 가장 많이 감소했다.
20대만 떼어놓고 봐도 17만6천명이 줄어 2013년 3월(18만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인구 증감이 반영된 고용률 역시 60대 이상(0.8%포인트)을 제외하고 20대(-3.0%포인트), 30대(-0.1%포인트), 40대(-0.7%포인트), 50대(-1.2%포인트) 등 모든 연령층에서 고용률이 하락했다. 40대 고용률은 전년 대비 26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41.0%)은 1년 전보다 1.9%포인트 하락, 22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15세 이상 고용률(59.5%)은 0.9%포인트 하락해 같은 달 기준 2013년(58.7%)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65.4%)도 1년 전보다 0.8%포인트 하락해 같은 달 기준 2016년(65.2%)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다.
지난달 실업자는 118만명으로, 1년 전보다 1만7천명 줄었다.
실업률은 4.2%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감염 우려에 따른 노동 공급 둔화와 채용 일정 연기 등으로 구직활동이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체감 실업률을 보여주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14.4%로 1년 전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통계를 작성한 2015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은 26.6%로 1.5%포인트 올랐다.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는 1천692만3천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51만6천명 늘었다. 이런 증가폭은 2009년 5월(58만7천명) 이후 최대다.
쉬었음 인구가 36만6천명 늘고 가사를 이유로 한 비경제활동인구도 7만6천명 늘었지만, 재학·수강(-1만3천명) 등에서는 감소했다.
취업준비자는 81만3천명으로 1년 전보다 1만8천명 늘었다.
구직단념자는 58만2천명으로 1년 전보다 4만4천명 증가했다.
코로나19가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음주 초 고용안정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은 미리 예상했지만, 민생의 근간은 일자리이며 고용지표는 민생여건을 판단하는 가늠쇠이기 때문에 실제 결과를 받아보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은 업종별로 보면 대면업무 비중이 높은 분야에서,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임시일용직과 자영업자에게 크게 나타났다"면서 "고용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특히 가중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고용보험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 분들이 처했을 상황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온다"면서 "상황이 장기화하면 고용 한파가 우리 고용시장에 확산할 수도 있기에 지금의 이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총력 대응해 나가겠다"면서 "다음 주 초 고용안정 정책 패키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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