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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선거(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이 전체 의석의 5분의 3인 180석을 차지하는 등 ‘압승’을 거둔 상황에서도 검찰은 여권과 청와대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라임 사건’과 ‘신라젠 사건’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권에서는 벌써부터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검찰은 흔들림 없는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보유한 주식을 판 혐의를 받는 바이오 업체 신라젠의 이용한(54) 전 대표이사와 곽병학(56) 전 감사가 이날 구속됐다. 이들은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신라젠의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중단 사실이 공시되기 전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대거 팔아치워 거액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다.
신라젠은 펙사벡 개발 기대감으로 한때 주가가 급등했지만, 임상시험 중단 후 주가가 폭락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부터 부산의 신라젠 본사와 서울 여의도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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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신라젠 설명회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일부 여권 인사의 연루 의혹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채널A의 한 기자가 수감 중인 전 신라젠 대주주 이철(55)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전 대표 측에 접근해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거론하며 ‘유시민 이사장의 신라젠 관련 비위를 제보하라’면서 강압적인 취재를 했다는 MBC의 보도가 나와 ‘검언 유착’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 사건이다.
검찰은 전날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수사와 관련해 이 사건에 연루된 김모(46) 전 청와대 행정관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체포했다. 라임 사태는 1조6000억원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는 주가조작 사건이다. 체포된 김 전 행정관은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지난해 2월부터 1년 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라임 사태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금감원 복귀 후 지난달 말 보직에서 해임됐다. 김 전 행정관은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42) 전 라임 부사장과 ‘회장님’으로 불린 스타모빌리티 실소유주 김봉현(46)씨와 친분이 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전 행정관이 연루된 데 이어 이 사건 핵심 인물인 이 전 부사장과 김씨가 해외 도피에 성공하자 보다 ‘윗선’에 이들을 도운 사람이 있는 것 아니냔 의혹도 꼬리를 물고 있다. 검찰은 일단 김 전 행정관에 대한 수사를 통해 라임의 비위 사실을 추가 파악하고 이 전 부사장과 김씨의 소재지 등을 탐문할 방침이다. 검찰이 그동안 라임 사태와 관련해 체포 또는 구속하거나 기소한 관계자는 1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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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번 총선 선거사범과 당선자들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검찰청 공공수사부는 선거일이었던 지난 15일 자정 기준으로 입건된 선거사범이 1270명이며, 그 중 16명이 기소(9명 구속)됐다고 밝혔다. 또 이번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들 중 94명이 입건됐으며, 이 가운데 90명을 수사 중이라고 검찰은 덧붙였다. 이는 지난 20대 총선(당선자 104명 입건) 때에 비해 9.6% 감소한 수치다.
한편, 총선에서 압승한 여권에서는 ‘윤석열 흔들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시민당의 우희종 공동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윤 총장을 겨냥, “촛불 시민이 이제 당신의 거취를 묻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경기 남양주병에 출마했던 민주당 김용민 당선인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총장을 비판했다. 이 밖에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기소된 인사들이 국회 입성에 성공해 앞으로도 윤 총장 흔들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윤 총장이 선거 당일에도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며 여야를 막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그가 자진 사퇴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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