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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매의 눈을 가진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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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17 22:08:30 수정 : 2020-04-17 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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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져 어떤 후보가 훌륭한 리더가 될 것인가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 결과가 나왔다. 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정치를 하느냐에 따라 사회는 크게 변화한다. 1979년 보수당 총수이자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로 선출돼 11년간 재직했던 마거릿 대처의 인생을 조망한 영화 ‘철의 여인’(감독 필리다 로이드)은 그녀의 정치적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강한 의지를 지닌 여성 정치가로 성장하기까지 그녀의 판단과 결정 하나하나가 그녀의 삶을 바꾸었고, 1980년대부터 90년대 영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시간 순서대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노년이 된 그녀의 현재 삶과 기억으로 소환되는 정치 인생이 교차편집으로 구성돼 있다.

전기영화로서 대처의 정치적 판단 공적을 그리고 있지만, 단순히 치하만 하지 않는다. 그녀의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정치적 판단을 위해 갈등하는 단면을 보여준다. 또한 치매가 시작되고 죽은 남편의 환각을 자주 보는 등 외로운 노년의 현재적 삶이 장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게 됨으로써,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정치가의 뒷면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마거릿 대처를 연기하는 메릴 스트립은 걸음걸이, 표정, 목소리까지 대처와 싱크로율을 높임으로써 살아 있는 대처의 모습을 재현한다.

젊은 시절 대처는 남편이 될 데니스와 데이트할 때도 ‘딴 여자들처럼 남편 그늘에서 화초처럼 살 수는 없다’며 사람은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데니스는 그래서 당신과 결혼하고 싶은 것이라면서 적극 지원을 약속한다. 결혼 후 마거릿 대처가 된 그녀는 남편의 지지 속에 승승장구하여 의원이 되고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다. 그러나 양보나 타협은 없다는 그녀의 돌직구 성격은 포클랜드 전투 등에서 좋은 결과를 낳았음에도 11년 만에 점차 지지율이 떨어지게 되고 정치 인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영화는 한 여성 정치인의 부침을 통해 정치란 과연 무엇이며 진정한 리더란 어떤 사람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에서는 이를 판단력과 추진력으로 해석한다. 대처리즘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이 영화에서 마거릿 대처는 매의 눈으로 본 신속한 판단과 이를 실행하는 추진력 있는 리더의 전형으로 그려진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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